아이들을 학교로 보낸뒤 오랜만에 서랍정돈을 했다.이것저것 서랍속의 잡다한 물건들을 꺼내보는데 어느 구석에선가 낡은 양산하나가 나왔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양산이다.양산을 보니 문득 옛영화의 한장면처럼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국민학교시절 가을운동회때의 일이었다. 달리기 경주였는데 달리다가 중간지점에서 낱말카드를 주워 거기 적힌 사람을 구경꾼중에서 찾아내 같이 달리는경기였다.
나는 맨먼저 달려나가 낱말카드 하나를 집어들었다. '아기를 업고 양산을든 아주머니'라고 적혀있었다. 그때만해도 양산이 그다지 흔치 않던 시절이라그랬는지 아무리 둘러봐도 아기를 업고 양산을 쓴 아주머니는 눈에 뜨이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카드를 집어 모두 앞으로 냅다 뛰는데 나혼자만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울상을 지었던 모양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안타까우셨던지교감선생님께서 급히 달려오시더니 내 손목을 잡으시고는 함께 뛰자고 하셨다.덕분에 끝까지 달려 손자국으로 벌겋게된 손목위에 숫자 3이라는 도장과 함께 부상으로 공책 1권도 탔다. 반칙여부를 따지기전에 운동장복판에서 쩔쩔매는 아이의 작은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셨던 그당시 교감선생님의 모습이 빛바랜양산위에 겹쳐졌다.
말끔히 정돈된 서랍속에는 어느새 어린 시절의 그리운 추억들이 가득 찼다.(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시지2차 대백맨션 207동 8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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