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이 '제1약당'으로

입력 1995-06-03 22:14:00

원래 선거철이면 야당이 신바람나는 게 보통이다. 해방후 근래까지 우리의선거사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요즘 1백석가량을 가진 제1야당인민주당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선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활기는커녕 전열마저아직 정비하지 못한 모습이다.선대위의 한 핵심간부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랜 야당생활동안 이렇게 무기력하게 선거를치르는 것은 처음이라고 넋두리를 늘어놓았을 정도이다.

외부에 노출된대로 민주당의 내홍은 심한 상태이다. 당내 이기택총재측과 동교동측의 갈등이 극심하게 노출된 데다 공천후유증으로 당사점거사태까지 빚어져 당무가 마비되는등 진통을 계속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이기택총재의 총재직사퇴번복발언으로 당내분이 수습되는 외양을 갖추고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당지도부의 일사문란한 선거준비활동은 기대하기 힘들것 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아직 경기도지사후보문제에 대해 양대계파가 완전 합의를 본 상태는 아닌데다 공천후유증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또 김이사장의 등권주의와 내각제공론화발언등에 대한 당내각계파들이 서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중이다.

이같은 중앙당의 내분과 혼란은 민주당공천자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그래서 각후보들은 최근 "중앙당이 우리들에게 도움을 못 줄 지언정 오히려 피해를주고 있다"며 "중앙당이 사고당"이라며 한심한 눈길을 주고 있다.당내 모중진의원도 "최근 동화은행비자금사건은 새정부의 최대의혹사건으로이를 집중폭로.정치쟁점화한다면 집권여당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수있는데도당내분으로 이를 이슈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서울시장후보인 조순후보도 지난 1일 "민주당의 계파싸움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맹비난을 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전남담양,장성지구당(위원장 박태영)당원들이 지구당의 후보추천과정에불만을 품고 2일 하루종일 서울중앙당사를 점거하는바람에 한창 선거준비에 바쁜 중앙당의 선거관련기구들의 활동마저 중단시키기도 했다.현재 민주당선대위관계자들이 걱정하고있는 것은 역시 서울시장선거다. 이번지방선거의 절반은 서울시장선거라는 말이 나돌정도로 서울시장선거는 각당의 사활이 걸려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초 서울시는 야당본거지여서 조후보라면 거뜬히 이길것으로 점쳐왔으나 날이 갈수록 박찬종후보의 지지가 거품인기가 아니라는 쪽으로 분석되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다 김대중아태이사장의 정치권개입이 비호남권사람들에게 좋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또 경기도도 경선때 돈봉투사건과 폭력사건으로 타격을 받았고 전북지역도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으며 특히 명색이 제1야당인데도 비호남지역에서는 아직도 후보들을 마련하지 못한 곳도 적잖기때문이다. 우선 영남지역은극심한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시장후보로 나섰던 신진욱후보도 사퇴해버려 대구시와 경북도광역단체장후보는 비게됐다. 결정된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후보도 몇군데 없다.

이기택총재는 대구시장후보에 대해서는 "야권후보단일화등의 문제는 대구현지에서 알아서 할일 이다"며 개입자체를 체념하는 모습이다.〈이헌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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