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본 영화 중의 한 대사가 되새겨지고는 한다. 그 영화는 오로지음악밖에 모르는 한 지휘자가 어느날 취재나온 여기자와 열애에 빠지고 그리하여 단란했던 가정에 먹구름이 밀려오면서 시작된다. 지휘자의 부인은 여기자를만나 침묵 끝에 "음악을 사랑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음악을 단순히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서 사랑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물음이었다.부인의 질문은 음악을 위해 모든 정열을 바치며 살아가는 지휘자를 진심으로이해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느냐는 뜻으로서, 음악은 지휘자에게 가장 큰 의미를지니며 지휘자를 사랑함은 음악을 사랑함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물음은 여기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오며, 그녀는 자신이 지휘자를 진정으로 사랑했다기보다는 단지 열정적으로 끌리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었음을 깨달으며작별을 결심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대상이나 존재가 행복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어떤 대상이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기며 이로인한 행복과 즐거움 뿐 아니라 고통과 시련까지도 수용하고 인내하려는 의지와 노력의 표현으로서, 이러한 성숙한 사랑의 자세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엮어나가는 밑거름이 되는 듯하다.
영화에 나왔던 아름다운 음악들은 나의 기억에서 사라졌으나 부인의 잔잔한눈매와 거의 독백에 가까웠던 대사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가끔씩 떠오르는 것은 인생이란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가는 긴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리라.
〈피아니스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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