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신교육개혁과 지방대학

입력 1995-06-02 08:00:00

엊그제 발표된 '신교육개혁안'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 같다.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시장을 수요자중심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기본방향은 옳게 잡았다. 그러나 국토공간상 대학간 공정경쟁이념의 결여가 크게 아쉽다.국·영·수중심의 대학본고사를 폐지하고 사립대학의 설립, 교과과정학생선발 등을 자율에맡기고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고등학교의종합생활기록부를 대학입학전형의 필수자료로 요건화 하는 조치등이 이번 교육개혁의 골자이다.5·31 교육개혁조치가 명실상부하게 집행될때 그동안 정부규제에 의해 획일화된 공급자형 교육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교육시장 지각변동

경제문제는 일차적으로 수요와 공급에서 불균형이 존재할 때 발생한다. 그동안 연간 17조원에 이르는 망국적 과열과외비용도 따지고 보면 교육서비스에 대한 만성적 수급불균형이 빚은 결과이다. 세계가 놀랄만큼 높은 대학교육열을보이고 있으나 대학의 문호는 제한되었고, 우수대학에 대한 결사적 선호에도불구하고 대학의 질적발전은 서울소재 몇대학에만 한정되었다. 그동안 정부주관의 대학입학학력고사는 교육의내용을 획일화하였고 대학에 대한 사회적 등급배열을 더욱 고착시켜 버렸다.

교육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때 장기적 사용가치를 지니고 있는 인간자본을생산하는 과정이다. 천연자원이 거의 전무한 가운데서 이룩한 한국의 압축경제성장은 교육에 의한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으로 개발경제학자들은 설명하곤 한다.

지금 우리경제는 성숙산업사회와 정보화사회를 동시에 지향하고 있다. 고급연구 인력, 다기능 산업인력이 요구되며 정보화 사회에 걸맞는 개성화되고 창의력있는 인력이 절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암기위주의 입시교육체제속에서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규격화된 사고와 행동을 강요당하여 왔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취직을 위하여 다시 전문대학으로 입학하는 기현상이 다양한 교육서비스에 대한 수급불균형을 단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바로 이러한 수급불균형의 문제를 크게 해소하여 줄 수 있다.

공정경쟁 여건 조성을

대학들간에도 반드시 경쟁원리는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대학간 공정경쟁여건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쟁원리의 도입은 한국의 대학들에 대한 사회적 순위배열을 더욱 굳힐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소재 세칭 일류대학과 지방대학사이의 기존격차는 공정경쟁기반을조성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없을때 무서운 속도로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 결과서울종주화 신드롬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 서울의 일류대학이 지니고 있는 압도적우위의 사회적 공인 프리미엄때문에 서울과밀화문제는 사실상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기업들은 서울소재 몇개 명문대학에만 산학협동형시설투자를 파격적으로 진행하고있다. 대학간 경쟁우위기반은 부익부와 빈익빈의 양상으로 벌써 접어 들었다. 특히 지방대학의 모습은 점점 왜소화 되어간다. 선진국의 경우 명문대학들이 한 도시에 밀집하지 않고 전국의 주요 거점도시에 분포되어 국토의 생산효율을 높이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미국, 영국, 일본이 모두 그러하다.

지방대 지원 아쉬워

지방대학들이 전국명문으로 발돋움하는데는 자구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함은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지방민의 내고장 대학을 일류화 하는데 물심양면의지원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교육재정을 국세에만 의존하는 타성에서 벗어나사교육비를 들여온 만큼 공교육비로 전출하려는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국가의 백년대계를 담고 있는 '신교육개혁안'에 세계적 대학이 우리나라의지방에도 출현해야 한다는 이상을 담고 있어야 한다. 무국경 세계경제질서가태동되는 시점에서 지방대학들의 거점 명문화는 이제 유예할수 없는 절실한 과제로 눈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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