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오염에 고래등 터진다

입력 1995-06-01 08:00:00

인간이 바다에 버린 쓰레기로 고래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지난29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국제 포경산업 위원회(IWC)흇에서 발표된 각종 보고서는 한결같이 환경오염으로 고래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번식력과 면역성등이 크게 떨어져 생태계자체가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이 보고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상기시켜 주고 있다.세계 30여개 나라가 참석한 이번 회의는 당초 고래의 상업적 포획에 대한 규제를 위한 회의였으나 주관심은 '환경오염과 고래의 위기'에 맞추어졌다. 포경선의 고래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이미 10년전에 '고래사냥 금지법'이 이 위원회에 의해 발효되었지만 이제는 포경선의 작살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해양오염이등장한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런던에 본부를 둔 '환경조사 기구'의 캐빈 브라운 박사는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약품이 적어도 15만종류가 넘고 매년2천가지씩 늘어나고 있다"며 지구 온난화현상과 오존층의 약화로 이들 화학 성분이 바다에서 상호작용하여 나타날 현상은 예측을 불허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만약 고래의 수적변화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전혀 놀랄일이 아닐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계 야생동물 기금 미국 워싱턴 지부의 테오 콜번 박사는 미국 과학 잡지에이미 기고한 보고서를 통해 점증하는 각종 폐기물의 해양 투척으로 바다 포유류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광범위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제까지전문가들은 이가 없어 주로 크릴이나 플랑크톤을 잡아 먹는 수염고래는 오염된바다고기를 잡아먹는 치아 있는 향유고래에 비해 오염의 노출정도가 비교적 약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콜번 박사는 수염 고래류에 속하는 회색고래, 흑고래 모두 화학성분에 의한 오염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름내내 바다에서 먹이를 잡아먹는 동안 이들 고래의 지방층에 쌓인 각종 화학성분이 겨울철에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일때 전염됨으로써 겉보기에는 건강하지만 갑작스레 고래의 수를 감소시킬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

영국 그리니치 대학의 마크 시몬즈 박사는 비록 고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이러스이지만 바다 오염이 그 배경이라고 확신했다. 이번 회의에서 노르웨이는 고래잡이 금지법의 완화를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고래 살리기'에 열이오른 다른 회원국으로부터 빈축을 샀다. 북해에는 사냥해도 충분할 만큼 고래가 많다고 노르웨이측은 주장했지만, 그린피스 팀은 바로 지난 겨울 해변에서죽은 채 발견되었던 19마리의 향유고래에서 다량의 폴리염화비닐과 DDT 그리고중금속을 검출해냈다고 반박했다. 벨기에의 바닷가에서 발견된 4마리의 고래는워낙 화학성분의 오염도가 높아 아예 '독극물 쓰레기'로 분류돼있다고. 소설 '백경'에 나오는 낭만적인 고래잡이야말로 정말 '고전'이 되어버릴 추세이다.〈옥스퍼드·권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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