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124)

입력 1995-05-30 08:00:00

갑자기 전경대원 둘이 외팔이에게 달려든다. 하나가 외팔이를 껴안고 넘어뜨린다. 하나는 외팔이의 허리를 몽둥이로 친다. 외팔이가 쓰러진다. 전경대원들이 외팔이를 답삭 든다.닭장차로 옮긴다. 다른 전경대원 둘이 노경주를 끌어낸다. 노경주가 버둥거린다. 아버지가 경찰에 끌려가지 않으려 버둥댔다."겨, 경주누나!"내가 외친다. 나는 그쪽으로 달려간다. 전경대원이 내 앞길을 막는다. 넌 누구냐고 묻는다.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헐떡거리고만 있다. 닭장차를 본다. 노경주가 끌려가고 있다. 전경대원 둘이 노경주의 양팔을 끼고 긴다."넌 누구냐 말야"

전경대원이 다그친다.

"저… 경주누나가…"

나는 말을 더듬는다. 나는 내가 왜 나섰는지 어리둥절하다. 뛰쳐 나올 때,아버지가 떠올랐다. 나는 나도 모르게 차도까지 뛰어왔다. 어느사이 짱구가 내옆에 서있다.

"형씨, 이 친구는 장애자요. 저기 끌려가는 저여자 동생이구요"짱구가 말한다. 짱구가 흥분하지 말라고 나를 타이른다. 짱구가 내 팔을 끈다. 나를 식구들 있는 쪽으로 데려간다. 나는 뒤돌아본다. 노경주가 닭장차에실리고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 종성 시립 복지원"

노경주가 뒤돌아보며 외친다. 농성꾼들이 곰처럼 울부짖는다. 마두가 제법인걸, 하고 누가 말한다. 서당개 삼년 몰라, 하고 누군가 말한다. 나는 개가 아니다.

"우리도 인간이다. 인간적 대우를 받고싶다"

농성꾼중에 누구인가 외친다. 주먹을 내두르는 빈대아저씨다."오늘의 주연은 빈대와 마두로군. 엔드 고다. 촬영 끝났어. 우린 꺼지자. 모두 가자구"

찡오형이 말한다. 찡오형은 머리가 작고 턱이 넓다. 오징어처럼 생겼다. 식구들이 머리띠를 푼다. 피켓을 거둬들인다. 찡오형이 휴대폰으로 어디에다 전화를 건다.

"끝났어. 가자구. 약국패도 벌써 끝났어. 회관 빌려 갈비깨나 뜯겠어"기요가 말한다.

"너 선생이 달려가서 그렇게 흥분했냐? 뽕마신 애들처럼"

짱구가 걸으며 내게 묻는다.

"몰라"

나는 머리를 흔든다.

"저기 봐"

기요가 짱구의 어깨를 친다. 길 건너에 자가용차가 멎어있다. 그 안에 쌍침형과 불곰형이 타고 있다. 색안경을 꼈다. 낯선 안경쟁이도 보인다. 운전석에앉은 깡태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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