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유엔군, 진퇴양난 딜레마

입력 1995-05-3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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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냐 '인질구출'이냐.보스니아에 발을 담근 푸른 철모 16개국 유엔보호군은 힘겨운 기로에 서있다.

지난 25일 나토전투기의 사라예보 외곽 세르비아계 무기고에 대한 공습은 그간 나약하고 무기력해 보이던 유엔이 취한 가장 강력하고도 성공적인 군사작전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거대한' 도박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습의 결과 유엔의 명예회복과 철수 가속화, 어느쪽으로도 진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

불행히도 전문가의 분석보다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 공습후 나흘만에 대두된유엔보호군의 딜레마다.

바로 '인간방패'라는 악재의 돌출. 인질구출 없이는 '철수'에 명분이 없고,'인질구출'작전은 곧 전면전으로의 확대를 뜻하기 때문.

현재 30명의 영국군을 비롯 3백26명의 유엔보호군이 인질로 잡혀 있으며 27일 세르비아계와 전투로 프랑스군 2명이 사망, 최악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나토의 공습이 있기 하루전 윌리엄 페리 미국방장관은 "유엔보호군 철수 결정이 내려지면 2만5천명의 미군을 투입하겠"며 "아직 나토는 철수를 위한 최종방침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9일 AP는 이미 구체적인 철수계획까지 세워져 있었음을 보도하고 있다. 철수작전명은 '결연한 의지'(Determined Effort). 작전지휘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전진지휘소는 사라예보 인근 키셀작. 작전사령관은 나토남유럽군사령관인 미국의 라이턴 스미스제독. 이태리공군기지와 아드리아해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가 맡고, 전함들이 전유고 해안에서 엄호포격을 퍼붇는 가운데 헬리콥터와 전함을 통해 4만4백1명의 유엔군이 철수한다는 시나리오다.

'결연한 의지'작전은 그동안 극비에 싸여 있었다. 이 작전의 구체안이 발표된 것으로 봐서 유엔이 이 작전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그렇다면 '인질군'이 돼버린 3백26명의 유엔보호군 구출작전의 실행가능성이높아지게 된다.

프랑스등 서방이 세르비아계에대해 적극적인 군사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이 보스니아에 6천2백명의 병력을 증파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 미해병 2천여명을 탑승시킨 미함정 3척이 보스니아 연안인 아드리아해로 이동 배치된 것도 이와 유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독일의 벨트 암 존탁지는 29일 "현재 미국과 영국의 특공대원 수백명이 이탈리아에 배치됐으며 이들이 구출작전에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한편 유엔군의 철수와 인질구출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의중개로 양측이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이뤄진다해도 유엔군은 보스니아사태의 '방관자'로 낙인찍히게 돼 있어 유엔군의 딜레마는 더욱 커지는 것이다. 〈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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