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 통일강연 명분 호남지역 유세 '강행군'안팎

입력 1995-05-30 00:00:00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이 사실상 정계복귀나 다름없는 정치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그가 지방선거 민주당후보결정과정에 간여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최근에는'자기지역의 몫은 자기지역사람들이 챙겨서 타지역과 연합을 모색해야 한다'는소위 등권주의를 설파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호남지역에서 통일강연을 명분으로 사실상 민주당지지유세에 본격적으로 나선것이다.

등권주의란 용어는 26일 김이사장이 국민대강연에서 처음 사용했고 뒤이어27일 여수강연에서 이를 재차 강조하면서 정치적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김이사장의 등권주의개념은 "과거 TK 또는 PK등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권력이 나머지 지역위에 군림하는 1개지역패권주의였다면 6월지방선거이후에는4,5개로 분할된 지역들간에 권력을 균등하게 나눠갖는 등권주의 시대가 될것"이라는 발언에서 잘 읽을수 있다-다시말해 수직적 지배 피지배관계가 아니라수평적 협력관계로 바꾸어야한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해 민자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춘구대표는 "국민화합과 단결을호소하기는 커녕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이런 논리는 국민의 이름으로 배격되어야 한다"고 비난했고 박범진대변인은 "김씨는 분열주의자인지 통일론자인지정체를 국민앞에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 "지역감정의 심화가 모든 조직과 직장에서 패를 가르게 하는등 국민들의 마음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김씨는 아는가 모르는가"라며 힐난을 퍼부었다.

한편 김이사장의 향후 일정도 강행군으로 짜여져 있다. 그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에 대한 공략을 더욱 강화할 태세이다. 다음달 10일 전주, 11일 목포와 고향마을인 신안하의도, 19일 광주에서 크고 작은 집회를 가진다. 군산,이리등 전북대도시지역의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1일 원주,2일 서울,7일 부천,9일 대전,15일 천안등 비영남지역도 골고루 방문한다.김이사장은 왜 등권주의를 고창하고 여권의 시비에도 불구하고 지역유세를강행하는 것일까.

우선 반민자정서를 배경으로 부산경남을 제외한 각지역의 민자당후보를 물리침으로써 현정부를 포위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국헤게모니의 사활이 걸린 서울의 경우 조순후보에 대해 비호남권 유권자들의 일부가 지지할 가능성이 있어호남표만 단속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호남지역의 맹주자리를 다시 한번 과시하겠다는 속셈도 있다. 잘되면 내각제등을통한 자신의 정계복귀는 자연스럽게 이뤄질수 있다는 생각도 했음직하다.아이러니컬하게도 민주당의 이기택총재는 총재직사퇴철회회견에서 김이사장의 지역할거주의 음모를 과감히 분쇄하겠다고 표방해 귀추가 주목된다.그러나 정가의 우려는 지난 여수강연회에서 보여주었듯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주장,그가 지역감정을 정치에 다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그는 여수강연에서 "TV드라마에서 식모나 깡패등의 역은 호남사람들이 맡고있고 특히 드라마'모래시계'에서 비열한 깡패인 이종도가 전라도 말씨를 사용하는등 인간적인 차별까지 하고 있다"면서 "지역차별을 그냥 방관해서는 안된다"는등 수차례에 걸쳐 지역감정을 부추겼던 것이다.

〈이헌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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