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123)

입력 1995-05-29 08:00:00

제5장 폐유와 휘발유 ?차도에는 장애자들만 남았다. 아니다. 노경주가 있다. 벌룸코형도 있다. 그가 빈대아저씨를 목마 태우고 있다. 아이들도 섞여 있다. 그들은 도망가지 않는다. 전경대원에 끌려가지도 않았다. 동그맣게 모여 있다. 전경대원이 그들을에워싼다. 전경대원은 헬멧을 쓰고 있다. 방패를 앞세운다. 몽둥이를 들었다.-사냥개들이 이미 곰을 둘러쌌습니다. 사냥개들이 맹렬히 짖습니다. 어미곰이앞발을 쳐들고 울부짖습니다. 어미 곰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립니다… 인희가내게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그림에는 어미 곰이 앞발을 쳐들고 서 있었다. 사냥개 몇 마리가 곰을 포위하고 있었다. 인희가 책장을 넘겼다. 그림은 사냥개들이 곰을 공격하는 장면이었다.사냥개 한 마리가 곰 어깨로 뛰어올랐다. 두마리는 뒷발을 물고 늘어졌다. 너무 끔찍했다. 그런 끔찍한 동화 그림은 처음보았다. 인희엄마가 리어커 노점상으로부터 샀다. 나는 그 그림을 그린 그림쟁이가 미웠다. 인희는 재미있어 했다. 어미 곰 새끼들이 불쌍했다."삶의 질이 무엇이냐, 우리를 보라!"

외팔이가 외친다. 그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부른다.울음을 터뜨린다. 새끼곰 같다. 장애자들이 구호를 외친다. 이제 그들은 데모꾼이 아니다. 사냥개들에게 갇힌 총알 맞은 곰이다. 곰처럼 울부짖는다."앉으세요. 모두 앉아요!"

노경주가 외친다. 그 말에 따라 농성꾼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는다. 벌룸코형도 빈대아저씨를 내려놓는다. 빈대아저씨는 서 있다. 빈대아저씨는 앉으나 서나 키가 작다.

"꽁지가 복지원서 잘렸나 봐. 그러지 않고서야 저럴 수 있나"기요가 말한다.

"그럴걸. 솜씨가 초범 아냐. 운동권서 놀던 가락이 있어"

짱구가 말한다. 우리 식구들은 이제 구경꾼으로 물러났다. 나는 눈물을 닦고그들을 본다. 노경주가 위태로워 보인다. 곧 닭장차로 끌려갈 것 같다. 숨길이가빠진다. 경찰에 끌려가는 아버지가 떠오른다.

"분신자살한 최정환씨를 기억하라!"

외팔이가 확성기로 계속 외쳐댄다. 그가 피켓을 던져버린다. 최정환씨를 기억하라. 복지정책 실시하라. 고용정책 실시하라. 농성패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 외팔이가 주머니에서 병을 꺼낸다. 그 병을 머리에 거꾸로 세운다. 물이얼굴로 흘러내린다. 점퍼 어깨를적신다. 그가 빈병을 버린다. 라이터를 꺼낸다.

"신나야. 분신 위협이군"

짱구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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