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약투성이 수입농산물

입력 1995-05-26 00:00:00

25일밤 뉴스시간 TV에 비친 미국의 수출용 농산물에 농약을 뿌리는 장면을본 국민들은 모두들 경악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자국이 수입하는 농산물에는 농약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면서도 수출용농산물에는 제한없이 농약을 살포하는 미국의 이중성에 비애감마저 앞섰다. 방영된 비디오테이프는 일본소비자단체인'일본자손기금'회원들이 지난해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의 수출용 농산물 생산농장과 처리장에 잠입해 촬영한 것을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모임'이 입수 공개한 것이다.20분길이의 이 테이프에는 미국 워싱턴주의 농민이 사과를 수확하자마자 곰팡이 방지제를 다량 살포하고, 1차처리장으로 옮겨진 사과에 다시 곰팡이방지제를 뿌리고 2차처리장에서는 농약이 씻기는 것을 막아주는 왁스가 분무기로살포되는 장면도 담겨있다. 또 캘리포니아주 수출용오렌지처리장에서 독성이강한 살균제를 반복해서뿌리며 '체리'처리장의 경우 자국용에는 농약을 분무기로 뿌리는데 비해 수출용은 아예 농약에 담가놓았다가 포장직전에 다시한번분무기로 살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필리핀에서 파인애플과 바나나,코스타리카에서 바나나에 발암성농약인 베노밀 클로로피리포스등을 살포하기도한다.

수입농산물의 농약성분함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93년 수입밀에서 허용기준치의 1백32배에 이르는 농약성분이 검출됐고 올들어 들어오기 시작한 오렌지에서도 수십종의 살충제가 검출됐으며 미국이외 중국, 동남아등지에서 수입된 농산물에도 농약성분이 검출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92년 한국산 배에서 자국내 시판허용기준이 없는 농약성분이 검출되자 제로기준을 적용, 전량폐기시키는등 자국내서는 농약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면서 수출용에 대해서는 농약을마구 사용하고서도 이를 부인하는등 자국이익을 위한처신만을 고집했다. 이와함께 우리나라의 동·식물검역제도까지 문제삼아 통상압력을 펴기도 했다. 검사기간이 너무 길어 수입식품이 검사도중에 부패한다면서 이를 폐지해줄 것을 주장했다. 정부도 이에 못이겨 98년까지 식품유통기간을 자율화하고 수입식품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는등 대폭 양보하기로 했다.이번 외국산농산물의 농약살포현장을 목격하면서 정부의 수입식품의 검사제도강화가 더욱 요구된다. 정부가 통상압력에 못이겨 검역기간을 줄이기위해 수출국에서 출항하면서 국내입항예정 검역소에 사전신고하면 신속처리키로 하는등의 사전신고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아무리 통상압력이 거세더라도농산물수출국의 현장을 목격한이상 이에 이에대한 단호한 조처가 요망된다. 이와함께 검역소의 전문인력을 대폭 확대해서 잔류농약검사를 철저히 해 국민들이 수입농산물에 의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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