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지역시인 3인 시심 만개

입력 1995-05-24 08:00:00

개성있는 시세계를 추구하는 대구의 중견시인 이기철 이동순씨와 신예 엄원태씨가 최근 잇따라 시집을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이기철씨의 '열하를 향하여'(민음사 펴냄)는 생명있는 것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갈구를 그리고 있다. 1부 '생의 노래'에 들어있는 28편의 시들은 한결같이 초록빛 생명에 대한 다가감과 찬미로 읽힌다.

자연과 자아의 따스한교감을 서정적으로 천착하면서 맑은 심상풍경과 정신의 높이에 대한 열망을 노래해온 이씨는이번 시집에서 추상어들을 절묘하게시적의미로 변용시키는 기법을 더욱 심화해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경남 거창출신으로 영남대 국문과교수이며, 현재 미국에 체류(1년간 교환교수)하고 있는 이씨는 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낱말 추적' '청산행' '내 사랑은 해지는 영토에'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등 6권의 시집, 자전소설 '땅 위의 날들'과 다수의 문학이론서를 낸 바 있다.

이동순씨의 '봄의 설법'(창작과 비평사 펴냄)은 시인의 경산 고죽 마을에서의 생활과 주변의 자연환경, 그리고 주로 과일농사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지역농민들의 삶을 그려 그의 고죽마을 보고서로 읽힌다. '묵언' '나무에 대하여''콩조림' '봄눈'등은 하나같이 직접 흙과 삶의 터전에 몸을 접촉시키는데서 찾아지는 오랜 농경사회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허경행씨의 이빨내력'등 이야기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시편들이 관심을 끈다. 이들 시들은여러 이웃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우리가 숨가쁜 도시생활에서 잃어버린 따스한 인정을 드러내 감동을 준다.

경북 금릉 상좌원 출신으로 영남대 국문과 교수인 이씨는 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개밥풀' '물의 노래' '철조망 조국'등 5권의 시집을 낸바 있다.

엄원태씨의 '소읍에 대한 보고'(문학과 지성사 펴냄)는 예기치 않은 질병으로 삶의 심연을 체험하며 그것과 싸우는 시인의 정신적 고통의 기록으로 읽힌다.그의 싸움은 아픈 육체와의 싸움인 동시에 육체와 정신의 불화의 싸움이기도 하고 삶의 한계상황과의 싸움으로 그만큼 처절하고 치열하다. 이와 관련, '견딤'이 이 시집의 지속적인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소읍' 연작은 이 견딤으로서의 삶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그러나 육체의 고통과 싸워온 시인은'소멸의 아름다움'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보게 된다. 삶은 쓸쓸하고 외로운 것이지만 아름답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는 인식에 도달한다.

대구 출신인 엄씨는 대구효성가톨릭대 조경학과 교수이며 90년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 시집 '침엽수림에서'를 낸 바 있다.

〈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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