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현과 등산에 대한 유명한 에피소드를 하나만 더 소개한다.하루는 도봉산에 가게 됐는데 거기에는 홍종현도 끼여 있었고 등산혐오 또는 등산무용론에 있어 홍종현과 쌍벽을 이뤘던 서봉수도 있었다. 서봉수는 산초입에서 "더 이상 올라가는 것은 내 체력으론 무리(?)"라며 일찌감치 포기를선언한 채 가까운 물가를 찾아갔으나 홍종현은 약속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예모습조차 보이질 않았다. 기다리던 일행은 "그러면 그렇지, 홍종현이 등산에따라올 리가 없지"하는 생각에 자리를 떴다.그러나 홍종현은 택시를 타고 중턱까지 올라가 거꾸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홍종현과 같이 택시를 탔던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었던 모양이다(아마도 홍종현의 강권에 못 이겨서였을 것이다). 그가,도봉산 중턱에서 홍종현이 득의의 미소와 함께 내뱉은한 마디를 전해주었다고 한다 그 한마디란 "미련한 놈들!"이었다.
홍종현은 프로기사들 사이에서'고전통(고전통)'으로도 꼽힌다. 그의 술자리는 동양고전의 잣대로 오늘의 현상을 재단하는 강의가 되기 일쑤다. 신명이나면 삼국지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적벽대전의 한 대목은 압권이다. 정말재미있다. 사람들은 넋을 잃는다. '수신제가(수신제가)'의 '제가'도 그의 단골레퍼토리인데 핵심은 '마누라 길들이기'며 동료기사들은 그로부터 '칠거지악'이나 '삼불거'등을 조목조목 배운다.
그의 달변과 독설, 팔자걸음과 옛날 사대부말투를 흉내내는 듯한어조,현학취향과 자기과시등을 싫어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홍종현은 그렇게 교만방자한 사람이 아니다. 바둑계를 위해 일을 많이 했고 동료기사들과 한국기원직원들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지닌사람이다.그는 24세때 한국기원 이사를 지냈으며 국내 최초로 내제자를 받아들여,사재를털어 '신독헌(신독헌)'이라는 사숙(사숙)을 운영했던 사범이다.그가 술을 좋아해 실수도 꽤 했으며 마침내 술병을 얻은 사람이라는 사실과 한편으로 바둑을 너무 사랑해 그런 건강으로 승단까지 했다는 사실은 홍종현이 교만방자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그렇다. 홍종현이 바둑을 '잡기'라고 내뱉은 것은 바둑에 대한 자신의 한없는 사랑을 역동적으로 그리고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에 다름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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