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세풍-파괴가정을 돌보라

입력 1995-05-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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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짙어지면서 아카시아꽃이 만발해 있다. 5일의 어린이날을 비롯,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날 16일 성년의날등 인간적인 날이 이어진 5월은 가정의 달이다.어린이잔치 경로잔치등 행사가줄을 잇고 경노효친 스승찾기 불우어른모시기 등 좋은 일도 많이 행해진다.

**가정의 달 5월**

그러나 번지르르한 행사뒤편에는 가족구성원의잘못이 아닌 공권력을 포함한 외부의 잘못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된 불행한 가족이 곳곳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권력행사의 잘못으로 인해 가장이나 자식이 희생됐거나 불구인 경우, 제비족의 농간으로 가정이 파탄된 가족, 강도나 파렴치범의 범행으로 가족을 잃거나 폐허가 된 가정, 정부의 관리 잘못이나 업주의 안전을 무시한 행위로 가족을 잃거나 장애로 인해 파괴된 가정이 무수히 많다.대구도시가스폭발 참사로 가족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가정의 달'을 맞아 불의의 사건사고로 파괴된 가정의 가족들을 당국은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멀리는 5.18광주사태로 파괴된 가정과 가깝게는 대구참사로 파괴된 가정에 당국의 배려는 전무한 상태다. 대구참사의 경우 아직도 피해보상을 두고 당국과 업자간의 발뺌작업이 계속되고 보상액의 시비만 일고 있다.설령 보상이 완료되더라도 당국은 더이상의 보살핌은외면한채 모든일이 끝난양 쉽게 잊어버릴 것이다. 물질보상만이 희생된 가족의 완전보상이 아니다. 파괴된 가정이 물질적인 보상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구성원의 고통은 수십년이 지나도 씻어질수 없는 것이다. 가족구성원의 잘못이아닌 외부의 잘못으로 생긴 가정파괴는 당연히 국가의 책임인 것이다.원인제공자가 누구이든간에 최종책임은 국가가 져야하고 이들을 보살필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현실은 아니다. 일이 벌어지면호들갑을 떨다가도 일단 진정되면 언제 그런 엄청난 일이 있었느냐는 태도다. 가족을 잃은 가정의 슬픔은뒤로한채 국가나 국민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남의 아픔 쉽게 잊어**

우리가 아무리 선진화를 외치고 목숨을 바쳐가며 민주화를 쟁취해도 내부적으로 불우이웃이 양산된다면 국민들의 삶자체가 불행해지고 국가경영도 어려워진다. 김영삼대통령정부가 들어선후 꼬리를 물고 일어난 대형사고와 패륜범죄, 이로인해 파괴된 가정의 양산은 도덕불감증과 탈법 불법이 판을 치는 사회현상에 기인한다. 원류는 경제개발과 함께 물질만능이 팽배하면서 요인을 잉태했다지만 현정부의 국가 경영에도 책임이 있다. 정치판의 양상이 실세와 허세가 판을 치고 권력탐욕자들의 권력쟁탈전으로 민생은 항상 정파의 이익에 좌우돼 실종상태가 지속됐다. 양식과 품위와 염치를 아는 점잖은 사람은 아예 정치판근처에도 갈수없는 형편이다. 공직자들의 양태도 정치판과 다를바가 없다.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이며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을 세우기는 커녕 현실영합적이고 무책임과 불성실을 덮는 미봉책들인 경우가 많다. 대형사고가 나면 말로만 항구대책을 강조하지만 실제적이고 실천적인 대책이 없어 같은유의 사고가 계속된다. 위만 쳐다볼뿐 아래를 내려다 볼줄모르는 굳은 사고는 국리민복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회구성원인 국민들도 자기이익에만 집착할뿐 이웃을모르는 자기중심주의가 팽배해있다. 정치와 사회 교육 모든 구석이 정상이 아닌 비정상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종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순 없다. 정치인은 물론 공직자를포함한 모든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상적인 역할이 무엇인지 자문하면서 맡은바 직무를 수행해야 하겠다.

**자기역할 되찾아야**

가정의달을 보내면서 대구참사로 희생된 유가족과 부상자가족을 생각하면서우리들의 일그러진 사고를 되돌아보게 한다. 온세상이 떠들썩하던 참사도 남들은 이미 잊을때가 됐다. 그러나 이로인해 파괴된 가정의 가족들은 세월이흐를수록 점점 당시의 참화가 생생할 것이다.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파괴된 가정에 새삶을 위한 보살핌에 계속 눈을 돌려야한다. 정권은 한시적이지만 국가는 영원한 것이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면 국가의 잘못으로 불행해진국민에게 행복을 누리게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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