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대담 대구시장 후보에 듣는다-무소속 문희갑후보〉

입력 1995-05-18 00:00:00

―민자당 탈당시기가 상당히 늦은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민자당 공천을 저울질한 것은 아닙니까.▲관료생활을 27년간이나 한 탓에 여당 체질인 것은 사실입니다. 집권당과의 관계,지역경제 발전 등 여러가지 측면을 생각해 민자당 공천을 고려한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인사정책·국정운영의 난맥상·비민주적 정당운영 등으로 민자당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부정적 시각을 의식했습니다. 대구시장은 대구시민이 뽑는 것이지 정부·여당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시장에 당선되면 민자당에 입당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한마디로 말하면 경쟁자들의모함이며 중상모략입니다.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구발전을 위한 일이면 민자당이든 민주당이든 모든 정파와 협력할 수 있다"는 말이 와전된 것입니다. 덧붙인다면 지방선거후 민자당은 존립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아닙니까. 어떻게 그런 당에 입당하겠습니까.―전문행정관료로 출발,정계에 입문했는데 어느 쪽이 적성에 맞는 것으로 보십니까.

▲지난85년 경제기획원 차관이 된 뒤 토지공개념 도입·금융실명제 실시·경제력 집중완화 등 개혁정책을 시도하려 했으나 시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87년부터 고향출마(달성·성주·고령)를염두에 두고 지역구를 오르내렸으나 13대때 공천을 못받았습니다. 그후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타의에 의해 지난 90년 4·3 대구서갑보선에 출마했습니다. 그러나 선거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던데다 밖에서 보던 정치와 차이가 많아 능력발휘가 전혀 안됐습니다. 행정경험과 정치경험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자리인대구시장이 적성에 맞을 것같아 출마했습니다.

―관료사회에서 '문핏대'로 불릴 정도로 강성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민선 대구시장은 대구사회의 통합에도 신경을 써야하는데 부적합한 성품으로 생각하지않습니까.

▲모든 일을 처리할 때 결정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현장도 직접 방문합니다. 그러나 일단 결정되고 나면어떠한 난관이 닥쳐도 밀고나갑니다. 대구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과 실천력이 필요하므로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노태우전대통령을 언제 처음 만났으며 노전대통령에 대한 인상을 말씀해주시죠.

▲노전대통령이 9사단장으로 있을 때 고교동문모임인 '경신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노전대통령은 부드럽고 타협을 많이 하는 분입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 도입등 경제개혁입법에 대한 의지는 확고해 당과 재벌들의 반발을 억누르고 관철시키는 일면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6공의 경제정책중 주택 2백만호 건설은 부실공사를 불렀을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약화에도 기여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있습니다.▲주택 2백만호 건설문제를 경제논리로만 봐선 안됩니다. 당시 하룻밤새 집값이 수천만원씩 폭등하고 세입자가 자살하는 등 주거문제와 빈부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는 시점이었습니다. 2백만호 건설을 추진하지 않았다면우리 사회의 갈등이 훨씬 증폭됐을 것입니다.

― 5·6공때 사회간접자본시설(SOC)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 오늘날 물류비용이 늘어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80년대초 재정긴축으로 물가를 잡은 뒤 흑자재정이 좋다는 인식이 고정관념으로까지 확산됐습니다. 세계잉여금이 3조수천억원씩 발생해도 국회와 언론에서 예산증액을 반대해 SOC투자를 하지못했습니다. 국민을 설득해서라도 SOC투자를 늘려야 했는데 불행하게도 기회를 놓쳤습니다.

―90년 4·3보궐선거직후의 경주교통사고에 대해 아직도 말이 많습니다.▲(이 대목에서 그는 흥분한 듯 했다. 인터뷰를 위해 사용하던 녹음기의 마이크까지 떼낼 정도였다)이미 사고당시에 모두 해명됐습니다. 그런 질문에는대답않는 게 좋겠습니다.

―대구경제의 문제점 등 대구의 현안을 무엇으로 보십니까.▲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자동차·조선·철강·전자·반도체 등대기업 위주의 정책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경제와 정권의존립기반이 흔들리니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앙정부의중소기업 지원대책은 구호만 요란하지 실제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대구는 섬유를 포함 중소기업이 대부분입니다. 첨단산업을 유치해 산업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물론 생산요소 비용을 낮추고 행정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대구가 경쟁력있는 도시가 돼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야 대기업이 대구로 들어옵니다.

내륙도시여서 지리적 여건이 불리하다고 하나 도로망이 사통팔달로 뚫려있는등 충분한 산업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지 이러한 산업입지를 살리는도시내 인프라가 부족할뿐입니다. 교통소통이 원활해지고 국제공항이 들어서면 대기업들이 오지말래도 들어올 것입니다.

―결국 재원조달이 문제가 아닙니까. 재원조달에 대한 복안이 있습니까.▲30억달러(2조4천여억원)만 가져오면 대구문제는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동서및 남북 고가도로·신천고속화도로에 이은 제2순환도로 등 도시교통망 건설에만 대략 1조5천억원이 소요됩니다. 국제공항유치도 무척 중요합니다. 앞으로 대전 이남지역에서 어느 도시가 국제공항을 먼저 유치하느냐에 따라 2천년대의 운명이 좌우될 것입니다. 대구공항의 국제공항화는 건설기간 2년에 2천5백억원 가량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기간은 5분의 1, 경비는 20분의 1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입지여건이 좋습니다. 재원조달은 시민직접부담·기채·민자유치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으나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협조와 시민들의 합의만 있으면 좋은 조건으로 외자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무소속의 입장에서 중앙정부의 지원과 협력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정부가 내년에 OECD가입을 목표로 하면서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는 마당에명분없이 지방정부의 계획을 반대했다간 치명타를 맞을 것으로 봅니다.―수백억을 지닌 재산가라는 풍설이 돌고있는데 재산은 얼마나 됩니까.▲경제관료생활을 오래 해 땅이 많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살고있는 집의 과표가 많이 올라 모두 합해 8억원 가량 됩니다. 땅투기를 했거나 재벌과 사이가 좋았다면 적어도 몇십억원은 됐을 것입니다.― 행정구역조정문제로 대구와 경북의 틈이 벌어져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시겠습니까.

▲저는 대구·경북통합론자입니다. 대구와 경북이 모두 살아남기 위해선 서로 협력해야합니다. 대구가 양보하더라도 협력체제를 구축하도록 하겠습니다.―앞서 대구의 산업구조개선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대구의 특화산업으로어떤 산업을 꼽을 수 있습니까.

▲자동차와 통신부품·전자제품·원자력을 이용한 첨단에너지 산업 등입니다.

―대구가 부산으로 인해 환경오염산업 유치 등에 제한을 받고있습니다.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부산에 환경부담금을 요구할 생각은 없습니까.▲기본적으로 4대강 유역의 오염문제는 중앙정부가 맡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낙동강 오염원중 하나인 금호강 오염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따라서 영천댐 용수의 70%를 사용하고 있는 포항제철에 환경부담금을 물게해야한다고 봅니다.

―대구 가스폭발참사 이후 도시 안전성문제가 새롭게 대두했습니다. 해결방안이 있습니까.

▲가스폭발사고는 우리 국민전체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부실한 탓에 모든 게 부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의 상품화와 관련,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존폐여부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우리 정서와 문화,생활측면에서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근본정신은 간 곳 없고 미스코리아로 선발만 되면 유명인이 돼 돈을 벌 수있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상업화돼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현행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지방의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추진인력이 없습니다. 인력확보방안이 있습니까.▲교육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지금과 같은 고교평준화제도에는 반대합니다. 세계화 추진인력은 초기에는 계약 공무원제를 도입하는 등 외부에서영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구의 구심점이 없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TK정서다 뭐다 해서 대구사람들의 정서가 흐트러져 있어 걱정입니다. 민선시장이 나서 올바른 시정목표를 설정하고 정치적 역할을 정립하면 시민들이단결해 그 정서를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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