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선거갈등 녹인 화합의 잔치

입력 1995-05-18 00:00:00

17일 오전11시(한국시각 오후6시) 불엘리제궁의 신임 자크 시라크 대통령취임식장. 의장대사열에 앞서 시라크대통령은 이날 취임을 축하하기위해 모인삼부요인및 수백명의 관계인사.시민들로부터 환영인사를 받았고 자신또한 이들에게 그동안 격려해준데 대해 사의를 표하는 인사말을 건넸다.

이날 모인 인사들중에는 지난 대선유세전에서 자신을 '배신자''기회주의자''철학없는 얼간이'로 비하를 서슴지 않았던 정적및 그의 추종자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발라뒤르.드빌리에.라뀌에르등 인사들이 전면에 도열해 있었다.특히 마지막 결선투표까지 끝까지 자신을 물고 늘어졌던 극우정당 FN(국민전선) 중진당원들의 모습과 공산당.사회당.극좌노선관계자들도 이날 식장에선그야말로 국민개개인자격으로 국가원수취임을 축복하려는 진지한 자세로 새대통령에 대한 경의를 표했고 시라크대통령 또한 이들과의 악수에선 향후 더욱 도움말을 주는 충고자세를 견지해달라는 당부를 잊지않았다.반면 이번 대선고지 일등공신인 알랭 쥐페외무장관(총리 지명자)은 참석자후열에 끼어 경건한 자세로 주변인사들의 충고를귀담아 듣고 있었으며 수많은 핵심 선거참모들(소위 가신그룹)의 모습은 일부를 제외하곤 아예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스스로 정확히 진단하여 처신함으로써 '보스'로 하여금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여론으로부터도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행동반경'을 유지하는데 주의를 기울인 흔적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한마디로 이날 취임식장은 지난 선거전에서 나타난 다양한 이념으로 인한 갈등과 불협화음이 한꺼번에 녹아흐르면서 '프랑스 적 일체감'으로 응집되는콩코드(화합)의 광장이자 자신감 회복의 도약을 기약하는 장이기도 했다.물론 전날 16일 밤 14년 임기를 마친 미테랑대통령은 이임연설에서 한때 라이벌인 후임대통령에 대해 평화와 정의속에 프랑스를 이끌어줄 것을 희망한다는 자신의 소망을 전한바 있다. 아울러 재임시 자신이 겪은 감회와 경험도 후임 시라크 대통령에 귀띔해주면서 국정운영의 참고가 돼줄 것을 노회한 선배정치인이자 전임 대통령 자격으로 당부하기도 했다.

시라크대통령은 이제 우파출신의 한계를 초월해 세계에서 가장 폭넓고 다양한 컬러의 프랑스 정치문화를 조화시켜 통합된 국가 조정능력으로 집약시켜나가야 하는 '통치와 포용의 마술사'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파리.박향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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