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110)

입력 1995-05-13 08:00:00

"'모래시계' 이후 입교생이 폭발적이래. 요번 신입은 심사까지 했다잖아.맹한 치들은 뒤로 돌아갓 시키구. 다들 붕 떠 있어. 따지구 보면 학대(대학)로못빠질 치들 할 일이 뭐가 있어. 삼디(3D)는 죽어도 싫다니 건달 흉내나 내는길 밖에"기요가 말한다. 팝콘을 질겅거린다. 나는 클럽으로 가보고 싶다. 순옥이가아직 있는지 모르겠다.

"폭력, 섹스, 마약, 그 세가지 자본주의 꽃이라더라"짱구가 말한다."너 요즘 이빨 까는 소리 자주 한다. 영화 대사 좔좔 외구"기요가 말한다."끈이 그러더군. 불곰형과 얘기하는 중에. 따지구 보면 그 세가지 빼면 영화가 안되지. 영화만 아니라 현실이 그래. 쪽방에 혼숙하는 꼬마들 봐. 땅콩(환각제) 안먹구 뽕(본드) 안마시는 애들 어디있어. 밤낮이 있듯이, 낮에 일하는 놈들이 밤에 노는 놈들 먹여 살리는 게야. 밤낮이 돌고 돌듯, 그래서 우리도 살아가구"

"영장은 나왔구, 입대는 닥치구. 호텔(감방) 구경이라도 해야 면제가 될텐데. 왜 자꾸 뜸들이는지 몰라. 향린동을 판쓸이해버리지 않구""뽑기(선거)전에 기회가 올 거야. 느긋이 기다려"

문이 열린다. 순옥이다. 나는 깜짝 놀란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선다."정말 시우오빠네. 채리 언니가 오빠 왔다더라. 얘긴 들었어. 쌍침오빠 간병부하느라 수고 많았지? 악수나 해"

순옥이가 내게 손을 내민다. 나는 그 손을 잡는다. 말랑한 작은 손이다. 손이 차다. 순옥이가 내옆에 앉느다. 향수 냄새가 난다. 술 냄새도 은은하다."오빠들만 먹구 난 술도 없네?"

순옥이가 말한다. 얼마나 취하려구 초저녁부터 술타령이야, 하고 기요가 말한다. 나는 내 잔을 순옥이 앞으로 밀어준다. 순옥이는 여전히 긴 생머리다.그 사이 얼굴이 여위었다. 눈썹은 가늘고 길게 그렸다. 입술 연지는 꽈리색이다. 런닝셔츠같은 미색 탱크탑이다. 가슴 사이로 고랑이 보인다. 가슴은 납짝눌러진 노브라다. 젖꼭지 부분이 볼록하다. 아랫도리는 진자주 미니 스커트다.순옥이가 찔금찔끔, 서너 모금만에 잔을 비운다. 얼음덩이만 남는다."오빠들 오늘 납품하는 날 아냐?"

순옥이가 묻는다.

"어제였어. 오늘 오전엔 수금차 나와바리(관할구역) 한 바퀴 돌았지. 돈이씨가 말랐어. 선거 판으로 빠지는지 원"기요가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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