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시에 보면,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 그리고 프란시스잼, 도연명,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또 그러하듯,죄다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살도록 만드신 것"이란 인상적인 대목이 나온다.시인에 대한 하늘의 사랑은 이렇듯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라, 황야나 사막에서의 삶을 끈덕지게 살아내며, 항용 가난한 마음을 잃지 않게 단단히 묶어 두고 있다. 이는 참으로 하늘의 높은 뜻이 갖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으며, 다른 한편으로 창조적 삶의 이면에는 언제나처럼 파괴의 그것이 변증적으로 요구되는 문학의 논리가 따르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일찍이 전설이 되다시피한 저주받은 시인 보들레르같은 이는 존경할만한 세 존재로 사제와 전사, 그리고 시인을 들지 않았던가.
아는 것과 파괴하는 것, 그리고 창조하는 것의 전형이 갖는 세 존재의 의미는 시인에 와서 특징적으로 집약될 수 있으며, 나아가 사제와 전사의 삶이 함께 수반되는 시인됨의 뜻을 우리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의 잊혀진 시인 백석의 경우를 보면 저 박래의 보들레르와 비견될 수 없는 동양적 우수를 지니고 있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내면풍경이 그의 시에는잘 다듬어진 항아리처럼 혹은 이야기처럼 우리의 오랜 샤먼과 농경적 삶의 리얼리티가 우리의 언어로 펼쳐져 있다. 일제 강점하의 한 시기를 어쩌면 유랑인으로 시적 삶을 살다간 '사슴'의 시인, 해금시인 백석의 시를 읽게 되면 가감없는 백의인과 백의민족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삶이 시차도 없이 일순 겹쳐지며, 또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슬픔과 희망을 읽게도 된다. 그런 백석이 최근자료에 의하면 한국근대문학 이후 가장 과소평가를 받은 시인으로 드러났다.오늘의 부와 권력, 그리고 하이테크는 해금이 되었어도 백석과 백석의 시를 여지없이 몰아내고 있다. 정말 이대로 좋은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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