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TK포항에 왜 왔을까

입력 1995-05-12 23:07:00

11일오후 포항에 내려온 민주당의 이기택총재는 고향을 여러번 강조했다. '정치적 고향'이었던 부산을 김영삼대통령에게 고스란히 내준 후 그는 갈 곳이없었다. 지역구문제로 당내 비주류로부터 온갖 수모도 당했다. 그래서 그는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포항을 선택하려하고 있다. '정치적 고향'은 그를 버렸지만 '배냇고향'은 따뜻이 감싸줄 것이란 기대를 가진 때문이다.이총재는 이날 포항시장 후보로 나설 박기환 민주당포항시지구당 위원장의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포항에 들렀다. 그는 이날 예정돼 있던 대구와 인천방문행사는 모두 취소했다. 그런데 원외지구당 위원장에 지나지 않는박위원장 후원의 밤 행사에는 얼굴을 내밀었다. 그나름의 속뜻이 있는 것으로보인다.그는 이날 격려사에서 그 속뜻의 일부를 내비쳤다. 그는 "이기택이가 포항을위해 한 게 무엇이냐며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뒤 그의 '고향사랑론'을 전개했다. 그는 김영삼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김대통령이고향인 거제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나 정치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7선경력의 제1야당 총재가 고향인 포항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적어도 여러분이 좋다고 찍어준 민자당 의원들보다 몇 배는 고향을 위해 일했다"고 밝혔다.

그는 '반민자 비민주'지역정서와 관련 "민주당에 호남출신 국회의원이 많아중앙당에서 힘이 밀리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지역출신 민주당후보를 많이 뽑아주면 나에게도 힘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 "민주당의 얼굴인 이기택의 고향 영일만에서부터 '비민주'를 '친민주'가 되도록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는 15대총선 포항출마설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지금으로서는의미없는 얘기"라고 단서를 달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았다. 다만 그는 "정치를 하다 안되면 고향 청하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3김'시대에서의 생존전략과 정치게임의 고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조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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