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변화의 물결 다시서는 상아탑(9)-강의평가제

입력 1995-05-11 00:00:00

우리나라 대학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많은 사람들은말한다. 교수들의 강의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란 자성이 있어왔다.이와함께 대학교수들도 이젠 스스로를 공개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쳐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있다. 대학입학후에는 학문탐구보다는 그저 강의는 학점만 따고 따로취직공부에 매달리는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강의평가는 필수적이라는 주장의 한 근거다. 최고의 지성이 공부를 않아서는 세계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것이 우리 대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대학의 발전이 대학교육의 질에 달려있다면 교수들의 질높은 강의야말로 대학발전의 첩경이고 이것이 바로 대학교수들의 임무이다. 상당수 교수들이 학생들의 공부않는 풍토조장에 일조했다는 교수들 자체의 반성도 있고보면 강의평가제는 침체에 빠진 대학사회에 일대충격을 주는 획기적 시도임에는 틀림없다.무엇보다 강의가 교수의일방적 지식전수에서 교육의 수요자를 중심으로한 양방향 교류가 가능해진 것이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수동적 자세에서 능동적 교육주체가 되고있으니 교육개혁의 또다른 한 현장인 것이다.사실 공개적인 강의평가제 실시이전에도 일부 교수들은 자신의 강의에 대한학생들의 이해도등을 측정해보기위해 개인적으로강의평가를 하기도 했었다.특히 미국에서 유학하고온 교수들중 상당수는 자신의 강의에 대한 의문점을 학생들에게 설문형식으로 평가받아왔었다. 이는 강의준비를 부실하게 하거나 강의의 질이 낮아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거나 공공연히 항의받아온 일부교수들의때묻은 강의노트에 대한 하나의 반발이기도 했다.사실 학생들은 늘 교수들의 강의를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마다 '명강의'를 하는 명교수가 몇명쯤 있기 마련이며 강의내용이나 강의의 질과는 상관없이 학점을 따기위한 '전략과목'이 생겨나는 것이다. 출석이나 수업, 심지어 시험까지도 부담을 갖지않고 좋은 성적을 받을수 있는 강의로 1천명이 넘는 학생이 몰려드는 대단위 강좌가 생겨나기도 한다. 반대로 학점이 짜고 강의자체가별나게 깐깐한 교수가 있나하면 학생수 미달로 폐강하는 강좌도 수두룩하다."우리나라 대학교수만큼 편한 직업이 세상에 다시없다"는 자조가 어제의 교수들 사이에서 나돌았으나 이젠 "정말 언제 내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소장교수들사이에서 일고있다. 공부하지 않는 교수는 이제 대학에 붙어있을 수없게 변하고 있는것이다.

강의평가제가 전면적으로 처음 실시된 것은 90년1학기 경희대학교에서다. 비록 대학당국에 의한 평가가 아닌 총학생회로부터의 평가제였으나 찬반 논란속에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수의 강의평가를 강의현장에 있었던 교수와학생만이 할 수 있다면 교수자신에 의한 평가는 주관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학생의 평가가 불가피한 것이다.

경북대는 지난 94학년도 2학기에 전 교양강좌와 외부강사에 의해 이루어진전체강좌에 대한 강의평가제를 실시했다. 또 대구대도 같은때 희망교수들에 한해 강의평가제를 실시했다. 당시 대구대에서는 99명의 교수가 1백91개 강좌에대해 평가를 받았다. 물론 결과는 비공개로 교수 개개인이 갖고 다음강좌에 참고로 하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교수로서는 자신의 강의를 제자들로부터 평가받는다는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강의평가제가 전국적으로확산될 움직임이어서 대학의 발전도 한결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강의평가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수들이 학기전에 강의계획서를 작성해 교무처에 제출해야한다. 교무처는 모든 강의계획서를 한데 모아 책으로 만들어 배포, 학생들이 강좌의 성격, 담당교수 또는 강사, 교재, 강의방법등을미리 알고 수강신청 할 수있도록 해야한다. 이를위해 교수들은 충분한 시간을갖고 수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충분한 수업준비와 과제물에 대한 세밀한 검토등이 필요해진다.

강의평가제를 실시한 대학 교수들의 의견은 기본적으로 강의평가에 대해 공감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교육의 질적내용, 방향설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경희대에서의 경우 총학생회가 종합분석한 결과 학생들의 평가가 대체로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문항이 애매한 기준으로, 또 단기적 방식으로 평가하는것들은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에 의한 교수의 평가가 정실을 엄격히 배제한 객관적 평가이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또 유교전통사회에서 제자가 스승을 평가한다는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교수들이 많이있다.강의평가제가 제도적으로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많다. 먼저 강의평가의 결과는 교수개인만이 알고 자신의 평가자료로만 활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이 자료가 승진이나 재임용등에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평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할수도 없으며 또 교수의 강의스타일이나 선입견, 친소관계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강의평가제를 실시하면 교수들은 학생들의 눈치를 살피게 될것이고 소신있는강의보다는 인기유지를 위한 강의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사립학교에서는 재단이나 일부 운동권학생들에 의한 특정교수를 포폄(포폄)하는 수단으로악용될수도 있다. 이에대한 제도적 방지책이 있어야 한다.

주당 최저 9시간 이상을 강의해야하는 현행 대학여건으로는 이 제도의 시행이 무리다. 강의평가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강의준비는 물론, 레포트작성, 시험평가등 학생들의 평가를 위한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따라서 강의평가를 실시하는 교수에게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해줘야한다.

강의평가제가 우선은 교수의 충실한 강의를 위한 자료수집에 목적을 둔다면교수들의 호응이 당연하고 학교당국에서도 표준평가표 작성 보급과 전산처리및분석등 행정적 지원을 해야한다. 그래서 이 제도가 정착단계에 이르면 이 자료를 교수평가자료로 이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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