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조용하게' 애도하나

입력 1995-05-10 08:00:00

대구시청 앞에 걸린 플래카드. '애석하게 숨진 영혼 조용하게 애도하자'시내 또다른 도로변에 글자 하나 틀리지 않은 것은 물론 비슷한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그것을 내건 단체는 자유총연맹, ××상가번영회, ××공업조합등 각각 다르다.

그 단체들이 플래카드 내용을 서로 협의한 것인지, 아니면 어느 기관에서 문구까지 정해주며 협조를 요청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최근 한총련 발대식과 관련, 이번 사고를 내세워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관계당국자들의 호소도 있었다.

한총련 발대식이 끝난 지금도 버젓이 걸려 있는 이 플래카드를 본 시민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사고를 당한 희생자, 그 가족은 물론 대구시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내용으로는 적합치 않다고 본다. 위험을 무릅쓰고 사상자를 구출한 시민,줄지어 늘어선 헌혈, 성금, 자원봉사를 한 시민에게 무얼 어떻게 조용히 하라는 것인가.

이번 사고 및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함과 불신을 구시대적 발상으로 시민의 마음을 다독거려 보자는 의도는 상처받은 시민의 심사를 더욱 뒤틀리게 하는 것이다.

'애석하게 숨진 영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강용중(대구시 중구 봉산동 127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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