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부실 '가스특위

입력 1995-05-09 00:00:00

8일 오전 여의도 민자당사 3층 중회의실에서는 '가스안전대책특위' 첫회의가열렸다.가스안전대책특위는 대구가스폭발사고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책및 유사사고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민자당이 지난 2일 한달간의 한시기구로 소속의원들을 구성원으로 해 만든 기구.

정부는 정부대로 여러대책을 강구중이지만 집권여당으로서 팔짱만 끼고 있을순 없다는 판단에따라 구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민자당의 이같은 '의욕'과는 달리 상당히 실망스럽게 진행됐다. 무엇보다도 참석자들의 무성의가 도를 지나쳐 있었다.정부를 대표해 현황보고차 참석한 통상산업부의 김태곤자원관리실장은 자신의 소임은 '현황보고'가 전부라는듯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보고'및 이미 언론에 보도돼 주지의 사실이 돼버린 가스안전관리체계개선안 등을 빠른 속도로읽어내려갔다.

일부 특위위원들이 "이미 알고있는 내용"이라며 제지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않는 '소신'을 보였다. 그는 또한 보고를 통해 이번 대구가스사고가 건설업체의 불법 굴착작업에 기인한 것임을 유난히 강조함으로써 가스사업주관부처인통상산업부의 면책을 웅변하려는듯한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정부인사로는유일하게 참석한 그 만으로 대구사고의 보상책등을 논의하기에는 연목구어인셈이었다.

특위위원들의 무성의도 같은 수준을 넘지않았다. 10명의 위원중 박우병위원장을 포함,단 4명의 위원들만 참석했다. 사고지역인 대구-경북지역의원으로는윤영탁의원만이 유일했고 김상구,이영창의원등은 지역구행사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당정책조정위원장인 이상득의원은 참관인격으로회의에 참석했지만 시종 졸음과의 싸움으로 침묵하고 있었다.

그나마 참석한 위원들조차도 전문성을 가지고있거나 공부한 흔적이 보이지않았다. 박위원장과 윤의원만이 우리의 지하각종 배관들의 구체적인 매설기준수치를 제시하는등 재기를 보였을뿐이었다.

1시간쯤 후 "15일에는 도시가스공사직원및 시공업체,학계인사등을 대상으로의견을 들어본후 대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다급한 결론으로 끝난회의장을 나서면서 결국또다른 사고는 이같은 '부실'사고대책회의가 큰 몫을차지할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배홍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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