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엄마일기-책속의 행복

입력 1995-05-08 00:00:00

그래도 나이마흔까지는 시간이 오르막이더니 그 고개를 넘고부터는 갑작스런내리막길. 곤두박질하는 세월이 믿기지가 않더니 요즘들어 부쩍 건망증이 심해져 몇십년 울궈먹었던 지식과 지혜까지 하얗게 바래지는 아찔함이라니.어영부영 시간의 미끄럼틀에 앉아 속도감에 취해있기엔 아까운 시간들이다.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류에 대책없이 떠밀릴 수 만은 없고, 아이들과의 대화의 고삐를 놓쳐 소외감을 느끼며 푸념만 하고 있을 수 만도 없지 않은가. 이젠 나이무게만큼의 경륜과 지혜를 더욱 갈고 닦기 위해선 열심히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두뇌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치매증 예방법으로도 최고라고 하지않는가. 하지만 다양한 궁금증을 충족시키기엔 왜그리 책값은 비싼지.허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더니 우리동네에 어느 독지가의 배려로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이름도 예쁜 '선돌문고'. 마을꼬마서부터 어른까지누구나 편안히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같은 곳이다. 이 작고 아늑한 옹달샘같은문화공간에서 나는 나이도 잊고 문학,역사,철학,종교 등 책속의 다양한 세계를산책하며 달콤하고 시원한 샘물을 퍼올리는 두레박질에 여념이 없었다.남편과 아이들은 내 시력과 건강을 걱정하고 있지만 매일 시공을 초월한 또다른 선지식(선지식)을 만나는 설레임으로 나는 하루가 즐겁기만 하다.어느 철학자가 아들에게 남긴 유서의 한 귀절을 옮겨본다. '사랑하는 내아들아! 책을 네 정다운 벗으로 삼아라. 책꽂이나 책장을 네 기쁨의 말,기쁨의정원으로 가꾸어라. 지식의 고귀한 열매를,그리고 장미꽃을 네자신의 것으로만들어라…'

(대구시 동구 지저동 870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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