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에 조금은 헐렁한 감색 교복. 제 덩치만한 가방을 둘러멘 순진한미소의 아이들··어디선가 마주쳤을 아이들. 그래, 몇달 전만 해도 나와 함께등교길을 걷던 그 아이들은 붉은복공판을 더 붉은 피로 물들이며 4월의 하늘로 흩어졌다···"대구 영남고 출신 서울대 재학생들이 대구 가스폭발 참사로 희생된 유족들을돕기 위한 성금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영남고 동문학생 20여명은 3일 학생회관, 도서관,후생관,기숙사 등 관악캠퍼스 곳곳에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 성금모금 운동에 관악학우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는 대자보를 붙인 뒤 이날 오전 11시부터 교내를 돌며 성금을 모금했다.
이들은 모금운동을 펼치면서 학우들에게 나눠준 '망각하는 자, 그대도 공범이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통해 "정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이 사건을 축소하려 하고있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인물에는 특히 영남고 출신 김진우군(19·지리교육과 1년)이 쓴 "···그들은 아직 머리 한 번 길러보지 못한, 넥타이 한 번 매어보지 못한 피지 않은꽃봉오리였다.··그렇게 져버리기엔 서럽도록 작은 봉오리였다"라는 내용의조시가 실려 있어 유인물을 읽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조시는 이어 "저 하늘 어딘가에서 부모의 품을 찾고 있을 그들. 사람은 누구나 지난 일을 잊는다 하지만 잊지 못할 일도 있음을··. 너무 일찍 져버린 피지 못한 꽃이지만 꼭! 하늘의 정원에서 아름답게 피어나거라, 아우들아"라고외쳤다.
이들은 "3년 동안 꿈을 키웠던 모교 주변 거리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찢겨져 있었고 한 울타리 속에서 생활하는 중학교 후배 4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버렸다"고 울분을 토한뒤 "이번 참사를 망각하는 모든 사람은 공범일수밖에없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모금운동을 이끌고 있는 전해청군(21·기계설계 3년)은 "고향의 참사를 마음만으로 아파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워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며 "다시는 이같은 대형사고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총련 소속 학생들도 이날 도서관앞에 모금함을 설치, 모금운동을 벌여 이번 대구참사에 대한 모금운동에는 '너와 나'가 없음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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