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참사 언제까지-사고터지면 나는 아니오

입력 1995-05-04 00:00:00

"우리 준형이, 준희가 왜 죽어야 합니까. 15년을 고이 길러낸 금쪽같은 두아들을 도대체 누가 빼앗아갔습니까"지난달 28일 지하철가스폭발사고로 쌍둥이형제를 잃어버린 김상동(42·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조분순씨(40)부부. 조씨는 아들의 장례를 치른 뒤인 지난1일 끝내 실신, 대구보훈병원응급실에 실려가 주위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가정의 달에 단란했던 한 가정, 아니 수백가정을 일순간에 풍비박산낸 가스폭발참사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참사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어느 누구도 '내탓이오'를 외치는 이가 없다.부모를, 자식을, 그리고제자를 가슴에 묻고 돌아서야했던 수많은 희생자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죄하는 이가 없다.

오히려 '나는 피해자'라며 손가락을 남에게 돌리고 있다.

사고당일 사고의 직접원인이 된 가스관을 뚫은 표준건설은 "대구도시가스측이 부착한 가스배관 매설표시를 보고 작업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작업중단후 곧 신고했다. 나름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표준개발의 원청업체인 대백건설도 책임을 벗어나려고 애쓰기는 마찬가지. "현장감독이 있으나 공정전반을 관리할 뿐 매공정을 감독하기는 어렵다"는 말만되풀이했다.

도시가스관매설과 관리의 책임을 지고있는 대구도시가스. "가스사고는 외부공사로 인한 것인데 우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억울하다. 가스관매설지역에서공사를 한다는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발뺌했다.

폭발사고가 난 지하철 1-2공구 시공회사인 우신종합건설. "우리공사장에서사고가 났지만 우리 잘못은 없다. 우리는 피해자다. 안전관리는 현장소장 전결사항이고 간부들은 사실상 관여않는다"며 불똥이 간부에게 튈까봐 전전긍긍했다.

대구시지하철본부. "우리도 피해자다. 너무 큰 사고라서 책임소재를 따지기이전에 시민들에게 죄스러움을 느끼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고책임은 건설회사에있다" 혹시나 하는 조심스러움으로 복공판위를 지나다녔던 시민들에 대한 변명치고는 너무나 무책임하다.

그러나 사고는 났고 등교길 학생과 출근길시민2백50여명이 죽거나 중상을입었다. 이중 하나라도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맡은 바를 다했다면 사고는 피할수있었을 것이다.

"이번 참사 희생자들은 대구시민 모두입니다. 시민들이 발딛고 선 땅밑이 지뢰밭이나 다름없는데 모두가 '나몰라라'하고 있으니 '잠재적인 희생자'인 셈입니다" 대구YMCA 김경민부장(33)은 이처럼 책임지는 이가 없는 이상 시민의 안전은 더이상 보장받을 수 없다고 단정지었다.

정부당국이, 대구시가 더이상 책임질 수가 없다면 시민의 안전은 시민의 손으로 지킬수 밖에 없다며 시민단체가 지난달 29일부터 자구책차원에서 연대해나가고 있다.

우리가 손가락으로 상대방을 가리킬 때 나머지 네개의 손가락은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 평범한 진리가 모두에게 각인될 수있다면 무고한 시민의 희생은 다소나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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