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원의원 워싱턴에 집 안갖기 운동

입력 1995-05-01 08:00:00

출세하면 당장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동양 전통사회 통념과는 달리 국회의원이 돼도 별 볼일 없다는 미국의 실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흥미로운자료가 나왔다.얼마전 미국 연방의회 재산관리 운영을 맡고있는 야미즈 경영회사가 밝힌 하원의원들의 워싱턴 생활은 검소하다 못해 측은할 정도로 초라하다. 하원 정원총 4백35석중 86명에 이르는 초선 의원들의 경우 대부분이 의사당 주변 싸구려아파트를 빌려 독신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돼있다.

좀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숫제 의원사무실을 숙소로 쓰고 있는 사람도 둘이나 된다. 그런가 하면 숙박료 70달러짜리 싼 호텔에 장기투숙하는 의원도 있고 또 집 한채를 공동으로 세내어 너댓명이 합숙하는 경우도 많다.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리차드 아미는 의사당내 의원전용 체육관에서 1년 남짓 거저 살다가 톰 폴리 의장의 퇴거명령으로 쫓겨나기도 했다.'떠오르는 태양'으로 추앙받는 공화당의 막강한 새 실력자 뉴트 깅리치의장은 그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의사당 근처 한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신출내기 의원들 특히 공화당 출신 73명은 '반 워싱턴'기치를 들고 눈꼴사나운 현직 민주당 의원들을 몰아내고 의회진출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몸가짐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30년간 하원의원직에 있으면서 의장을 지낸 톰 폴리가 의사당 근처에수영장이 딸린 호화 저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특권의 표본으로 찍혀 입에 오르내리면서 지난번 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이후로는 서로 집 안갖기운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다.

주택비를 따로 받지않고 연봉 13만3천6백44달러(1억7백만원)만 받는 의원들로서는 지역구에 살던 집을 두고 따로 워싱턴에 집을 하나 더 사서 유지한다는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고 보면 주거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이번 회기에 진출한 초선 하원의원 59%가 45세미만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대부분 어린 자녀들을 두고 있다. 의원 부인들 대개가 지역구내 직장을 가진경우가 많아서 워싱턴에 몇년 있을지도 모르면서온 가족이 합류한다는 것은상당한 모험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상원의원 임기가 6년인데 반해하원의 경우는 2년으로 눈깜짝할 새에 또 선거전을 치러야 할 판이다. 그러니 이들에게 워싱턴은 항상 객지일 수밖에 없다. 미국 수도에 머리 둘 곳도 없는 국회의원들이 수두룩하다.많은 의원들이 한달에 반은 지역구에 가서 유권자들을 만나 표밭관리를 하는실정이고 보면 관심이 워싱턴보다 지역구 쪽에 더 있다. 테네시주 출신 재크왐프공화당 의원이 호텔생활을 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금배지는 커녕 편한 잠자리도 없는 미국 국회의원들이다. 그런데도 의회권위만큼은 어느나라에 비하더라도 손색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LA·이석열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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