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2시30분 대구 영남중 2학년6반 교실. 준형이가 앉아 있어야 할자리에 노란색 국화 한송이가 대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바로 옆 교실의 쌍둥이동생 준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운동장 바퀴를 돌고있어야 할 준형이는교실 뒷게시판 '학급활동조직표'에 '미화반 김준형'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 친구들 틈에 끼어 있었다.준형이의 사진을 앞 세우고 들어선 엄마 아빠는 준형이의 책상과 이름이 적힌 학급게시판을 만지며 오열을 토했다. 준형·준희를 영결하러 나온 친구들을부여안고 "너희들은 모두 여기 있는데 우리 준형·준희는 왜 없노. 누가 데려갔노"라며 힘없이 쓰러졌다.
6반담임 오우석교사(29)와 8반담임 하종서교사(34)도 준형·준희의 부모와뒤섞여 통곡 소리를 높였다.
아들이 남긴 흙묻은 책가방을 안고 2학년5반 교실로 뛰어든 신승호군의 어머니는 승호를 목메이게 외치며 아들의 책상에 주저앉아 버렸다.같은반 이재식군의 어머니는 폭발당시 파편에 찢긴 아들의 교복에 얼굴을 묻고는 할말을 잊었다. 재식이와 싸우고 아직 화해를 못했다는 한 친구는 못내아쉬워 했다.
말문이 막힌 1학년8반 장재형군 어머니는 유난히도 축구를 잘한 재형이가 뛰어놀던 운동장의 흙 한줌을 쥐고는 영구차량에 올랐다. 1학년인 형 김민철의주검 앞에서는 철없던 동생 진철(10)이도 주저앉고 말았다.1학년10반 이동훈군이 문예집 '영남'20호에 남긴 수필'사랑해요'. 알록달록금붕어 모양의 비싼옷을 사려고한것 때문에 누나,부모님들과 신경전을 벌인 일을 그려놓았다. 또 학원에서 귀가할때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내려 한상점에서비를 피하고 있는데 우산을 든 어머니가 나타났다며 부모의 사랑을 그렸다. 마지막 구절 "마음 속으로는 진정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오늘은 결심한다. 내 사랑을 말하고 싶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는 동훈이가 남긴 유서가 됐다.
42명의 이름이 1일이면 출석부와 학급 활동 분담표에서 지워지겠지만,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해맑은 얼굴은 교정에서 활짝 피어날 것이다.○…쌍둥이는 비슷한 운명의 길을 걷는다는 말이 그렇게 잔인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던 날.
한 자전거를 타고 가다 폭발사고로 변을 당해 자전거를 사이에 두고 쓰러진 김준형·준희 쌍둥이 형제(영남중2년)는 처음 세상에 올때 그랬던 것처럼마지막길도 함께 떠나고 말았다.
한번에 두 아들을 얻었다고 그렇게 기뻐하던 어머니 조분순씨(39)는 30일대구시립 화장터에서 두 아들이 불꽃과 함께 사그라지는 고통을 피눈물로 대신해야 했다.
"준형아,준희야 두손 꼭잡고 하늘나라로 가거라. 거기서도 우애깊게 지내거라"어머니는 아들의 영구가 화장로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끝내 실신,한줌의재로 변해 나온 아들들의 유골을 가슴에 쓸어안아 보지도 못했다.이들의 유골은 49제를 지내기 위해 팔공산 파계사에 안치됐다.이후 이들 쌍둥이의 유골은 대구가 내려다 보이는 팔공산 자락에 뿌려질 것이다.
몸은 떠났지만 그리운 어머니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고 싶다는듯이··.○…"결혼한 지 불과 1년4개월만에 생후 6개월된 아들 하나만을 남기고 쌍상여를 타고 가게 될 줄이야···"
이번 대구 도시가스폭발사고로부부가 함께 숨진 안준현(31·대구시 달서구상인동) 김영순씨(28)의 장례가 치러진 1일 대구보훈병원 분향소. 안씨의 재종질 안영규씨(39)는 연신 흐르는 눈물에 목이 메어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대구시청에서 8년째 청원경찰로 일해오던 안씨는 지난달 28일 오전7시45분쯤 회사원인 아내와 자신의 출근을 위해 평소보다 5분 일찍 집을 나서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영남고네거리를 지나다가 참변을 당했다.
"올케의 머리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상한데다 불에 그을려있어 손에 낀 반지를 보고서야 겨우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사고 1시간후 안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안씨의 여동생(25)과 유가족들은 불에 탄 안씨의 사체를 보고 망연자실해 있다 부인 김씨가 보이지않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8시간동안이나 시내 각 병원을 뒤진 끝에 경대병원에서 겨우 김씨의 사체를찾아낼 수 있었다.
숨진 김씨 또한 지난해 부도가 나 부득이 회사를 옮기긴 했지만 전직장인모 중소건설업체에 재직할 당시 무척 성실히 일해 이에 감동한 회사측에서 회사가 건축한 빌라 한 세대를 파격적인 가격에 주겠다는 제의를 뿌리치고 전세를 얻을 만큼 올곧은 성품을 지녀왔다는 것.
"아무런 경제적 능력도 없는 노모(60)와 젖먹이만 남겨둔채 부부가 함께 저세상으로 갔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한 심정입니다.청원경찰은 정식 공무원에 해당되지 않아 순직처리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이번 참사를 단순한 대형사고로만 보지 말고 자신의 일처럼여겨 달라고 부탁하는 안영규씨의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골목상권 살릴 지역 밀착 이커머스 '수익마켓'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