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계파갈등'재연

입력 1995-04-25 22:08:00

민자당내 민주계와 민정계 핵심인사들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이같은 기류는 김윤환정무장관이 제기한 '새로운 주체론'에 대해 김덕룡사무총장이강하게 비판하고 나온데서 비롯됐다.김총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장관의 '새로운 주체론'을 반박했다.그는 "3공시절 경제개발의 주체는 경제인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유신에서부터5·6공에까지 정권에 참여했다는것만으로 경제발전세력으로 자처하지만 인권유린이나 민주화를 탄압하는데 가담한 것은 전과(전과)지 경력이 아니다"라고말했다.이 말은 "검증을 거친 경제발전인맥중 개혁을 주도할 세력이 앞장서고투쟁세력이 그와 함께 하는 형태로 주류가 형성돼야 된다"고 말한 김장관의 발언을 비판한것이다.

두 사람의 발언이 의도적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그 파장은 예사롭지않다.김장관은 24일 하루종일 민자당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이날 오전에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와 확대당직자회의등 각종 회의에 불참했다.실제 김장관은 이날 오전 자택에서 기자들에게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김총장의 발언은 공식회의에서도 거론됐다.

24일 당무회의에서 박명근의원은"김총장이 5·6공에 참여한 일부정치인을 전과자에 비유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공개적으로 화살을 겨눈뒤 "선거를앞두고 당이 와해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이에 대해 김총장은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본의가 아닌보도지만 당에 손상을 끼친 것같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태가 심상찮게 전개되자 이춘구대표까지 나서 당의 화합을 적극 주문했다.그러나 민정계는 이같은 당내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김장관과 김총장간에는 최근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과 마찰이 있어왔던 것도사실이다.

'기초단체 정당공천 배제'문제,선거법 강행처리등 몇가지 사안에 대해 두사람은 견해를 달리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정국운영 전반에 대한 두 사람간의 시각차가 더 큰 갈등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김장관은 민주계의 독단적인 정국운영 방식에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었던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당이 협의체로 운영되는게 바람직하다"는 말을 하며 김총장의 일방적인당운영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김장관과 김총장사이에 형성된 한랭전선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수면하로 잠복할 것으로 보이나 선거결과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장으로 재연될 소지가 충분하다.

민정계의 한 당무위원은 "민정계 의원들간에는 내용 확인을 위해 서로 전화를주고 받는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김총장이 그같은 발언을 했다면상황이 이상하게 꼬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출했다.김장관도 최근 본사와의인터뷰에서 "결정적인 시기가 오면 적극 나서겠다"고밝혀 뭔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결국 두 사람간의 갈등은 민주계와 민정계 간의 계파간 노선대립으로 비화돼선거후 정계개편으로까지 이어질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택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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