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안타까운 부정

입력 1995-04-25 00:00:00

안타까운 부정(부정)은 아들이 환각상태에서 폐인이 되는 것보다 차가운감방에 갇히는 것을 택했다.김모씨(45.대구 서구 비산동)는 지난 23일 부탄가스 중독증세로 사지를 떨며 비틀거리는 아들(17)을 경찰에 신고했고 아들은 다음날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법대로 엄벌해 주십시오"

김씨는 아들의 심각한 부탄가스 중독증을 치료하려면 일정기간 격리시킬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철없는 아들은 이미 92년 본드를마시다 적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적이 있는데다 지난해부터는 부탄가스에도 손을 대 1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방에서는 하루에 2~3개씩 빈 부탄가스통이 나왔다. 오랫동안 잠겨졌던 아들의 방문을 따보니 30개가 굴러다닌 때도 있었다.

가스흡입을 말리는 할머니(61)와도 자주 다퉜다. 23일에는 손자가 동네슈퍼에서 사 온 부탄가스통을 할머니가 3번이나 빼앗다가 실패했고 결국 아버지는 아들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아들을 치료하려면 일정기간 격리해야 하는데 한달 60만원의 막노동 벌이로는 엄두도 못낼 일이기에 이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김군을 조사한 경찰도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오죽하면 자식을 구속시켜달라고 했겠습니까. 죄값을 치르고 나오면 다시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할텐데…"

〈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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