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동교동계 불협화 조짐

입력 1995-04-25 00:00:00

민주당 이기택총재는 25일 광주시장후보 경선대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여야를 통틀어 경선으로 첫 시도지사 후보가 가려진다는 점에서 당총재로서 당연히 참석, 격려할만 했으나 광주행을 마다했다.

이총재는 나아가 경기·인천등 수도권지역외에는 경선에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광주에 이어 전남·북지사 경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내 동교동계, 보다 정확히는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텃밭인 호남의 시·도지사 후보가 누가 되든 별로 상관할바 아니라는 심산인 듯싶다.물론 이총재는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당총재로서 경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위한 것일뿐"이라고 불참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최근 시·도지사 후보영입 문제를 놓고 이총재와 동교동계간에 흐르고 있는 미묘한 갈등기류 때문이란 관측들이다. 최근 동교동계를 겨냥한 이총재의 발언이나 태도를 살펴보면 이같은 시각은 설득력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간 이총재는 "이번 지자제 선거는 내 책임하에 치른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동교동계와의 힘겨운 싸움끝에 간신히 얻어낸 당총재라는 위상에 걸맞은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다짐이다.

하지만 최근 지방선거와 관련해 당이 돌아가는 모습은 이와 거리가 멀다고 이총재는 느끼고 있는 것같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장및 전남지사후보로 조순전부총리와 김성훈중앙대교수를 영입한데서 찾을수 있다.서울과 호남지역에 대한 동교동계의 '몫'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당총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채 마음대로 사람을 고르고 입당시키고 하는모양새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입당원서를 내러온 조전부총리와 김교수를 30분이나 기다리게한 뒤 짐짓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너스레를 떤 것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총재에게 일방통보하는 식의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공개적인 포문이었다.

또 조전부총리가 24일 당총재인 자신보다 먼저 동교동자택으로 김이사장에게 입당인사를 하러가자 그간 자제해온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렸다. 조전부총리가 25일북아현동 자택으로 인사를 하러 오겠다고 하자 "선약이 있다"며 뿌리친 것이다.

나아가 이총재는 "영입을 했다고 꼭 당선돼야 하느냐, 다른 후보들은 들러리 서려고 경선하느냐"며 중립의지를 부각시키기에 이르렀다.그의 측근들은 "전남지사 출마를 별러온 한화갑의원을 중도하차시킨 것도여당에 비해 차별성을 부각시켜온 후보 자유경선의 모양새를 그르쳐 놓았다"고 주장하고있다.

이총재의 이같은 불만표출에 대해 동교동계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한광옥부총재는 24일 "조전부총리와 김교수 영입건을 사전에 알리지 못한 것은 실무진의 연락과정에서 비롯된 단순한 실수"라며 이총재를 달랬다고 한다.그러나 이러한 불협화음은 선거후 8월전당대회에서의 당권다툼을 앞두고있다는 점에서 언제 또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발화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경기지사 후보를 놓고 동교동계는 이종찬상임고문을, 이총재는 장경우의원을 각각 내세우려 하고 있는 점도 8월전대를 겨냥한 세확보 차원으로볼수 있다.

두사람 모두 입당파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양진영간에 치열한 '내편 만들기'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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