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익근단주의 공포

입력 1995-04-24 08:00:00

오클라호마 테러폭발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민들에게 더욱 깊은 충격과상처를 남기고 있다.그것은 이번 사건의 범인이 외국 테러단체의 소행이 아니라 최근 2년새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미국내 우익극단주의자들의 예고된 범행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질문명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한 '미국의 병'이곧 이번사건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내 연방을 거부하는 우익극단주의의 뿌리를 남북전쟁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할수도 있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10여년 한 충격적인사건에서 찾고있다.

"1983년 입니다. 북 다코타주의 40대 남자 고든 카할이 납세거부운동을 하다가 연방공무원 2명을 사살하고 아칸소주로 도피한후 다시 보안관을 살해하고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지요. 그것은 연방에 내는 세금을 거부하고 연방공무원을 적으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우익극단주의의 시초라고 할 수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2년전 △연방정부에서 총기규제법이 통과되고 △웨이코 텍사스에서 사교도 데이비단(교주 코레쉬)신도 78명이 연방경찰의 포위를 받게되자집단 자살극을 벌였으며 △갈수록 백인 소시민들의 입지가 약화되는 점등에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행동화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들 우익극단주의자들은 이번 사건의 범인 토마스 맥베이가 소속된 미시간민병대를 비롯 '애국주의자''명령단체''백인 아리안 레지스탕스'등 최근 2년만에 전국 48개주에 약 3백여개 조직에 2만여 무장회원을 확보하는등 급속히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백인 아리안 레지스탕스 대장 톰 메쯔거는 24일 "테러조직 명령단체가 지난해 정부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 '연방정부는 악으로 타도대상이다. 정부는못가진 다수의 백인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고자신들의 주장을 밝혔다.

2년전 남편을 잃은 데이비단교 교주 코레쉬의 아내 아모 로덴은 이번 사건의책임이 자신의 남편에게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년간 거의 매일 남편의 추종자(납세거부자, 민병대원, 종교인등)들이 불타 폐허가 된 웨이코의교회당을 찾아와 연방정부의 횡포에 분노하곤 했습니다. 나는 그때마다 이번오클라호마테러와 같은 사건이 멀지 않아 터질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특히 이번 사건은 전국총기협회의 로비를 받은 국회의원등 일부 보수 우익주의자들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아 과연 미국사회의 이들에 대한인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극단적 보수주의자인 뉴트깅리치하원의장이 "정부와 관료조직에 대해 초강경한 비난을 일삼은 공화당이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화를 벌컥내며 즉각 반박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연방축소, 총기규제반대등 이들 우익주의와 공화당의입장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1천년 부귀를 누린 로마제국, 2백년 영화를 자랑한 대영제국, 그러나 "슈퍼강국 미국의 운명은 50년만에 끝날 것"이라는 일부 미래학자들의 예언이 그징후를 드러내는 사건인지도 모른다.

〈워싱턴·정서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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