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고지증명 고급승용차부터〉

입력 1995-04-24 00:00:00

내전이 종식된 것으로 알려졌던 르완다에서 또다시 종족간의 대학살극이 벌어졌다. 르완다 남서부 키베호 난민촌에서 정부군이 기관총과 박격포를 동원, 참살극을 벌여 8천여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했다. 유엔관리는 "키베호난민촌 대학살은 지난 22일 정오에 자행되어 한시간쯤 계속됐다"고 전하면서 "무차별 난사로 많은 노인과 어린이들이 희생되었으며 시체의숫자를 셀수 없었다"고 말했다.종족간의 갈등으로 빚어지는 내전은 피의 악순환으로 연결되어 대를 이어 살륙이 계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르완다 내전도 정권을 잡고 뺏긴 종족간의 분쟁으로 지난해에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학살극을 벌여 1백만명이 죽고 2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던 것이다. 르완다는 소수족인 투치족과 다수족인 후투족이 함께 살고 있는 인구 7백50만명의 다민족국가이다.내전은 정권을 잡고 있던 후투족 출신의 주베날 하비아리마나대통령이 지난해 4월 의문의 비행기사고로 사망하자 후투족은 투치족의 소행으로 단정, 투치족을 무차별 학살하면서 시작됐다. 학살이 불러온 전쟁은 소수지만 군사력이 우위였던 투치족의 승리로 끝났고 투치족은 지난해 7월 정권과 군을 동시에 장악했다.

내전을 시작하면서 먼저 학살을 단행했던 후투족은 패전후 투치족의 보복이두려워 인근 탄자니아와 브룬디로 피난했다. 그러나 다른 13만명의 난민들은브룬디국경부근의 키베호 난민촌에 수용됐다. 투치정권은 새로운 국가건설을위해 난민촌에 수용되어 있는 후투족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토록유도했지만 역시 보복이 두려워 귀향을 포기했다. 그러면서 후투족은 난민촌안에서 재기를 꿈꾸며 무장봉기를 꾀했기 때문에 투치족은 이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난민촌폐쇄를 서둘게 됐다. 이번 학살도 이 계획에 따른 정부군의진주가 시작되자 후투족들의 탈출이 시도되면서 비롯됐다.

종족간의 갈등은 항상 외세가 개입하여 이간질을 하거나 싸움을 부추기기 때문에 그것이 내전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르완다도 원래는 유목민인투치족과 농경민인 후투족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평화스럽게 살아왔다. 그러나 독일에 이어 벨기에가 르완다를 식민통치하면서 두 민족간에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책을 썼기 때문에 불화와 반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국제기구인 유엔이나 경찰국가로 자처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 다른 선진국들이 지구의 한 귀퉁이에서 종족간에 서로를 살육하는 내전을 벌여도 뒷짐만 진채 무관심하게 바라만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유엔을 통해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등 생색을 내긴 하지만보스니아사태를 비롯하여 국지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종족간에 벌어지는 내전에는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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