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지대-마지막 선택-황사의 진원지-하

입력 1995-04-22 08:00:00

타클라마칸이란 '들어가면 결코 되돌아 나올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타클라마칸사막은 역시 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세찬 바람도 별로 없다. 새벽은 춥고 낮은 가마솥이다. 그렇지만 이곳의 모래들이 황사라는 결코 얕잡아 볼수없는 현상을 지구상에 숨막힐 정도로 뿌려대는 공급원 구실을 하고있다. 그구실이 괴력이었다. 아무리 자연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무지가 포함되어 있기때문에 괴력은 더욱 힘이 있어 보인다.타클라마칸사막 주변에서 오아시스로 불리는 제법 큰 도시 쿠알라를 벗어나면 겨우 비바람만 막고 사는 사막마을이 간간이 보인다. 둘레에는 나무들이있긴 하지만 모두가 누런색이다. 꽃이 피는 식물 또한 귀하다. 모두 사막화와 황사탓이다. 그래서 일까. 이곳 주민들은 봄에 피는 꽃처럼 '황사가 핀다'고 표현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황사바람도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은듯 순응되어 가고 있었다. 되레 이같은 자연의 순응을 지나치게 과학적으로 풀어버리려 하는 것이 못마땅 한듯 황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취재진을 이상한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황사가 핀다? 아름다운 표현이다. 마치 추녀를 영화에 등장시켜 튼실한 한편의 영화를 만든 훌륭한 감독같이 황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황사철이 지나면 문틈에 10여cm씩 쌓이는 먼지를 털어내면 그만이었다. 황사는 이곳 주민들에게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반도에서 일본열도에서 그 황사에중금속이 있다고 난리를 치는 일을 이들은 상상도 할수 없다는 투다.쿠알라와 타클라마칸사막을 경계짓는 타림(탑리목)강. 사막 위쪽의 곤륜, 천산산맥등 내로라하는 육중한 산맥들로부터 흘러오는 물이다. 그러나 이 강물도 10여년전과 비교하면 수량이 당시의 10%에도 못미친다고 한다. 그나마 강폭이 50여m나 되는 이 강도 물줄기가 10년마다 변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아마도 강물을 서로 끌어다 쓰려는 인간들의 다툼이라고 동행한 길계혜씨가 설명했다.

본격적인 타클라마칸사막이 시작됐다. 아시아의 심장이라는 타림분지가 안고있는 타클라마칸사막. 면적만 27만2천㎢. 강수량 연 평균 10~38mm. 건조의극치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해마다 사막은 1천~1천5백㎢씩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체의 사막화가 연 평균 2천1백㎢와 비교하면 사막화의 심각성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타클라마칸사막은 그래서사막화의 대표적인 현장인 셈이다. 그것도 계속 남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큰 도시들이 대부분 남쪽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것이다.

지난해 여름 우루무치에서는 타클라마칸사막에 대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이때도 남진하는 사막화가 주의제중 하나였다고 한다. 죽음의 땅 타클라마칸사막도 90년대들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석유가 발견된 것이다. 매장량 1억t.한창 길이 뚫리고 있었다. 취재진은 운이 좋았다. 몇달만 빨리 왔어도 지금은 관광용으로 전락해버린 낙타를 타야 했었다. 그 길이 뚫린것이 고작 3개월 전이었다. 동행한 길씨는 이 도로를 독일과 일본기술진들만 사용했으며한국인으로는 처음이라고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웃어보인다.유전까지의 사막도로는 2백70km, 현재 70km가 포장됐다. 이 도로는 2000년까지 완성할 예정이지만 지금의 개발열기로는 그때까지 끌지는 않을것 같다.도로 입구의 축하간판은 오늘의 중국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탑리목사막석유공로'. 붉고 푸른 깃발이 나부끼고 양쪽에 '천고몽상사해변유해'(그 옛날엔 한낱 꿈이었으나 지금은 모래바다가 변해서 기름바다가 됐다)'고조기적대막변통요'(옛 왕조의 기적이 큰 사막을 변하게해서 멀리까지 통할수 있게했다)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볕이 너무 따갑다. 그러나 그 따가움도 사막화의 남진을 막으려는 중국인들의 열의 앞에는 그저 사치스럽다. 축하간판을 지나면서 길 양편으로는 중국과학원의 사막화방지팀이 축조한 사막화남진방지 담장이 만리장성같이 뻗어있다. 사막과의 싸움이었다. 옥수수대를 주로 이용한 사막화방지 담장은 처절한 인간의 투쟁같이 보였다. 감히 사막과 싸울태세를 갖추고 있는 중국과학원의 용기는 개방과 경제발전이라는 구호에 맞춰 있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촌을 구하는 거대한 거보같이 보였다.

일부에서는 포대를 이용,사막화의 남진을 막아보려 애썼지만 실패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렇게 해서 사막의 남진이 막아질까하는 의구심을 해보지만 그런 생각은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이같은 담장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게 길씨의 설명이었다.

망망한 사막 가운데 들어선 석유탐사원들의 임시숙소에 여장을 풀었지만 내내 꼬리를 물며 떠오르는 의문은 옥수수대가 지구촌의 고민중 하나인 사막화의 남진을 막는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까였다. 그러나 그 옥수수대는 타클라마칸사막의 남진을 질기게 막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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