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미고위회담은 열려야〉

입력 1995-04-22 08:00:00

북·미간 경수로관계 전문가회담은 끝내 결렬됐다. 북한이 원자로의 노형선정문제와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끝끝내 동의하지 않아 제네바합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핵대사와 강석주북한측 대표간에 체결됐던 제네바합의는 경수로 공급협정 체결시한을 4월21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경수로 공급 제3차 전문가회담이 결렬되고 또 제네바합의가 명시한 체결시한이 지났다고 해서 상황이 바로 원점으로 돌아가지는 않을것 같다. 따라서 한반도에는 긴장요인은 상존하고 있지만 대화단절과더불어 일촉즉발의 전쟁준비상태로 돌입하지는 않을 것 같다.이미 미국은 최종시한인 21일 이전에 "결렬돼도 대화는 계속한다"고 밝혔고북한도 어느 한부분은 한국의 참여를 인정하는등 전반적인 경수로 공급문제를 신축성있게 대처해 왔기 때문이다. 북·미양국은 그동안 핵문제를 둘러싸고 마찰과 합의를 반복해가며 제네바합의라는 탑을 쌓아온 것은 사실이다.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은 너무 길고 진지하여 이 탑을 무너뜨리기엔 양국 모두 희생이 너무나 클 것 같다. 따라서 양국은 약간의 냉각기간을 가진 다음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만약 전문가회담의결렬이 제네바합의 파기로 이어진다면 핵연료봉 재장전과 온갖 제재조치가맞물려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는 파괴일뿐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것이다.베를린회담이 결렬된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사태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첫째 북한이 끝내 거부하는 이유는 단한가지 체제유지에 자칫 흠집이 생길까봐 그걸 우려하는 것이다. 한국형 경수로와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수용할 경우 자존심의 손상은 제쳐두고라도 8년이란 건설기간동안 한국의 기술및 관리인력의 대거유입이 북한주민들의 동요를 불러 일으킬 소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측 입장으로 보면 45억달러의 건설비중 근70%를 감당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원자로의 노형과 중심적 역할을 못한대서야 국민의 전체정서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 제네바 합의가 파기되면서 북한은 연료봉의재장전과 동시에 대결자세를 취하고, 한·미·일 3국을 비롯하여 유엔까지북한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제재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가. 이는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마침 베를린 전문가회담이 결렬된후 미국은 로버트 갈루치와 강석주가 만나는 고위급 회담을 북한에 제의했다. 모든 회담은 명분과 실속이란 두 얼굴을갖고 있다. 우리가 명분을 갖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이 실리를 취한다면경수로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 한국형이란 명칭은 지우되 중심적 역할은수용하기를 북한측에 제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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