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근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이때경수로문제를 둘러싼 북·미회담 결렬로 남북한간에 또다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문제는 근대화 물결이 15세기 후반부터 유럽에서 처음 시작하여 4백여년이지난 지금은 전세계적 현상으로 파급되고 있고, 산업화 도시화 합리화 전문화 대중매체확대 등을 요소로 하는 근대화로의 변혁에 등을 돌렸던 동구권이나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은 물론 베트남마저 근대화 계획을 수립하여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근대화가 전세계적 현상이 된 원인은 근대화를 추진하지 않고는 국민생활을 향상시킬 수 없고 국제경쟁에서 살아갈 수 없기때문이다. 북한이라고 여기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북한도 역시 근대화 작업을 추진하여 북한 주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든가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기존의 틀을 지속하면서 체제위기 속으로 빠져들어가든가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서있다고 생각된다.
핵카드 근본문제 안돼
경수로 문제는 북한이 그들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남·북한간에 우선적으로 해결할 근본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전세계 1/3이 넘는 핵무기와 지구를 여러번 파괴하고도 남을 엄청난핵탄두를 가지고 있었던 소련이 국민생활을 향상시키지 못한 가운데 해체된교훈을 알고 있다. 북한이 핵카드에 매달려 남·북한간 냉기류를 확산시킬때외국자본과 기술이 북한에 유입될 수 없어 북한 근대화는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북한은 주민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중국과 같은개혁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88년 김일성은 중국이 거둔 근대화계획에 고무받았다고 말한 바도 있다. 이제 북한도 지엽적 문제에 불과한 핵문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하기 위하여 냉전구조를 청산할때도 되지 않았는가.
*베트남 '도이모이'성과
중국은 근대화를 추진한지 20년도 못되어 노동집약산업에서 벗어나 첨단산업분야에까지 진출하는 등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도 '도이모이' 근대화정책을 추진한지 9년도 안되어 벌써 8백여개의 외국업체들이투자하였고 92년부터는 8%의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75년 4월30일 베트남은 통일이 된 순간부터 세계 10대 빈국의 하나였지만 통일후 20년이 된 지금 '도이모이'정책의 성공으로 새로이 태어나고 있다.그러나 북한은 중국개방과 동구권 붕괴등에 자극받아 1985년 합영법을 만들어 소수의 합영회사들이 생겼지만 대외정책 방향이 계속 모호해 오히려 식량난, 에너지난, 외화부족난에 빠져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의 '도이모이'정책의 성공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풀어갈 문제들
1994년 10월 북한 핵문제는 기본합의서는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경수로 문제로 남·북한간 힘겨루기가 지속되어 왔다. 북한은 또 남한을 계속 비난하면서 스스로 남·북한사이에 냉기류를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한간 경직된 관계가 계속되는 한 베트남과 같이 수백개의 기업들이 북한에 들어올리없다.
북한과 거래해 본 남한 기업들은 거래비용이 많이 들고 수송거리는 짧지만거리가 먼 미국이나 아프리카보다도 운송비가 많이 드는 애로점을 느끼고 있다. 북한은 합리주의적 경제운영방식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한이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발전하는데 값싼 상품을 생산하여 국제시장에뛰어든 경험을 생각할 때 이러한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핵문제에서과감히 벗어나지 않으면 북한 근대화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