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91)

입력 1995-04-20 08:00:00

쌍침형의 낮 일과는 비디오와 만화보기이다. 칼 만들기도 한다. 쌍침형은홍콩 느와르 영호를 좋아한다. 미국 갱영화도 본다. 중국 무협 영화도 본다.날마다 만화책을 읽는다. 미미도 만화책을 좋아했다. 비디오와 만화책은 기요와 짱구가 나른다. 쌍침형의 말이 떨어지면, 어디선가 금새 구해온다. 우리 넷은 항구에서 함께 왔다. 업소 신고식 때 젖술을 함께 마셨다. 우리는영원한 식구야, 하고 기요가 자주 말한다. 기요는 눈치가 빠르다. 날쌔다.쥐처럼 눈이 반들거린다. 짱구는 쌍침형을 닮았다. 말이 없다. 한다면 하는고집불통이다.햇빛을 쬐야지, 하고 쌍침형이 말한다. 나는 휠체어를 밀고 옥상 마당으로나간다. 그때부터 쌍침형은 칼을 만든다. 나무칼이다. 왕대가 재료이다. 대나무로 회칼을 만든다. 대나무칼을 만드는 칼은 회칼이다. 모든 칼은 공장에서 기계로 만든다. 어릴적, 여량장에 나가면 대장간이 있었다. 대장간에서낫이나 칼을 만들었다. 대장장이가 불에 달군 시우쇠를 망치로 두들겼다. 그러나 쌍침형은 칼로 칼을 만든다. 끝을 뾰족하게 깎는다. 칼날은 회칼처럼날을 벼른다. 쌍침형은 정성드려 일에 골몰한다. 팔이 불편하므로 천천히 일한다. 팔이 아플때는 얼굴을 찡그린다. 이번에 만든 칼은 널 주마, 하고 쌍침형이 말한다. 회칼로 깎고 다듬어 대나무칼의 날을 세운다. 세운 날로 종이를 썰어보기도 한다. 신문지를 들고 내리치면 회칼질처럼 썰린다. 대나무칼 끝으로 추리닝 바지를 찔러보기도 한다. 구멍이 뚫린다."너 이름 쓰고 손도장 찍어"

어느날 짱구가 내게 말한다. 글씨 쓰인 종이를 내게 내민다. 나는 이름을 쓸줄 모른다. 짱구가 다른 종이에다 내 이름을 쓴다. 내가 그 글자를 비슷하게그린다. 짱구가 내 엄지손가락을 잡는다. 인주를 묻힌다. 내가 쓴 이름뒤에손가락 바닥을 눌린다. 지문이 만들어진다. 이튿날, 저녁무렵이다. 기요와짱구가 옥상으로 온다. 짱구가 봉투를 쌍침형에게 내놓는다."형님, 이백오십입니다"

짱구가 말한다.

"오십씩 다섯 달 쳤다는 건가?"

"싸구려 밥집이라, 짭디다. 타협해줬죠. 마두를 보내준다면 백 정도 더 주겠다던데. 그게 우리가 요구한 액수거던요"

"마두를 보낼순 없어. 마두 이름으로 통장이나 만들어. 그런건 우리가 챙겨줘야지. 쟤가 뭘 아냐"

쌍침형이 나를 보고 말한다. 흰자위의 핏발이 많이 가신 눈이다.기요와 짱구는 옥상에 올때마다 쌍침형에게 말한다. 강변파의 향린동 동태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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