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산책-동양증권배

입력 1995-04-20 00:00:00

'동양증권배'에서는 17일부터 섭위평과 마효춘, 중국인끼리 서울 힐튼호텔에서 결승 5번기를 치른다. '후지쓰(부사통)배'에서 우리는 유창혁 한 사람만8강에 올라갔고 나머지 6명은 전멸했다. 무정한 봄, 잔인한 4월이다. 지난겨울까지도 우리는 국제대회 8연속 우승을 자랑하며 세계바둑 최강을 구가했는데, 그 영화가 꿈만 같다.일본 바둑은 그동안 사양길에 접어들었으니, '기타니 문하' 이후에는 인물이없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최근 요다 노리모토(의전기기) 고바야시 사토루(소림 각)등이 마침내 정상권에 진입했고 거기에 한국 유학생 유시훈이 가세하고 있다. 요다, 사토루, 고마쓰 히데키(소송영수)등의 후배들 또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유키(결성 총) 8단 미무라(삼촌지보) 7단 야마타(산전규삼생) 6단 등과 중국인 유학생 양가원 등이 그들이다.중국 바둑은 지나치게 관료화하는 바람에 발전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는데,섭위평등이 반성을 했는지 최근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섭위평은 중국의 바둑을 세계에 알리는데 결정적인(그들의 표현을 빌린다면 영웅적인)역할을 했던 인물이지만 중국바둑의 관료화에 '일익을 담당했던(?)'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흑룡강변 농장에서 돼지우리 당번을 하던 시절을 잊은 것인지. 아무튼 중국 바둑이 살아난 것은 대국적으로 반가운 일이다. 중국 바둑이 살아야 바둑의 '극동 3국지'는 재미있어지기 때문이다.그런데 그런 것들과는 관계가 없는, 한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든다. 국제대회가 한국에서 열릴 경우 여전히 대회장은 특급호텔이라는 점이다. 홍익동 한국기원의 시설은 일본기원이나 중국바둑협회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못하지않다.

그 좋은 시설을 놔두고 왜 아직도 힐튼호텔, 롯데호텔 같은 특급호텔을 빌리는 것일까.

도쿄나 북경에서 대회가 열릴 때 일본기원회관아닌 곳에서, 중국바둑협회 회관이 아닌 곳에서 바둑을 두는 경우란 없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대회를유치했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서울에서 행사를 할 때만큼은 한국기원회관에서 하는것이 당연하다. 한국기원회관 근처에도 호텔은 있고 그호텔들도 숙소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홍익동 한국기원 시설이 너무 아까워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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