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역인재와 지방대학

입력 1995-04-18 08:00:00

본국의 거주민에 대비해서 해외거주 교민수가 한국이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다음으로 가장 많다고 합니다. 분포지역 역시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수마저5백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분명 한민족은 다국가민족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본국을 떠나 타국에서도 자신들의 전문 영역을 쉽게 확보한 것은그들의 교육열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기야 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파른보릿고개가 우리들을 가로막고 서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자녀 교육에는 한시라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이제 우리 앞에는첨단 과학기술과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퍽이나 다행한일입니다. 그러나 해소되지 않는 내적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 여러가지 문제 중에서도 현재에는 지자제 문제가 정치적 현안으로 급부상되어 있고 세계화의 추진속에 대학의 변혁 역시 중요한 문제로 부상되어 있습니다.-대학변혁도 당면과제건국이후 우리 정부는 경제개발을 위해 중앙집권정책을 서울중심으로 펴왔음으로 정치 경제 모든 영역에 있어서 80%이상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머리 부분은 비대하여 졌으나 지체부분은 고사 상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구조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현안의 지자제 문제는큰 관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역의 회생이 곧 국가 전체의 발전이라면 지역에 대한 관심은 국가 내지 국제화로 이어지는 관심일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금물은 지역의 이기주의입니다. 이러한 이기주의를 전체 국민의 의지 내지 세계 개방성에 설정할 때 비로소 이기주의는 그 이상 이기주의가 아닌 세계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와 한 연관성 속에서 대학의 큰 변혁도 우리의 당면 과제입니다. 대학의자율권 허용 방침에 따라 우리의 대학들은 나날이 각자의 대학 제도 개선 방안을 쉴새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다학기제, 계절학기제, 조기졸업제, 더 나아가 로 스쿨제 등 이러한 제도 개선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욱시급한 것은 내실화로서 지역 대학의 특성화와 지역 인재들의 관리 문제입니다. 지역 대학의 특성화는 지금까지 정부가 나름대로 육성안을 마련하여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으며, 지역 인재들의 양성 문제는 거시적으로 보면 지방에 있건 서울에 있건 문제될 것이 없고, 지역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역 대학의 인재들이 빠져나감으로써 지역의산업 전체가 자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 인재들의 서울 진출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가 하면 그렇치는 못한 형편입니다. 서울 진출이 곧 입신출세와 직결되는 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교사와 교육감이 학생들의 손목을 잡는다고 해서,아니 학부모를 설득시켜 지역 대학에 진학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일종의낭만적인 꿈일는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지역 대학의 특성화를 중앙 부처에 그냥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지역대학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지역인들과 함께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지역의 사립학교 역시 공공의 교육기관임을중앙 정부에서는 명심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전제 아래 지역 대학들은 지역 인재들을 당장 유치하여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먼저 스스로 자성하는 지역 대학으로 탈바꿈을 해야 할 것입니다.이는 지역 대학이 지역대학임을 스스로 인정할 때 가능합니다. 서울과 지방할것 없이 한국에는 대학이 하나뿐이라는 혹독한 비판이 있습니다. 서울의대학과 지방의 대학, 더 나아가 지역 대학들간에도 양적 단위가 우선이었고질적 특성화는 관심밖이었습니다. 아니 관심의 대상은 수능 시험의 서열화에만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차별적 특성화 이뤄야

대학의 구성 역시 천편일률적이어서 어느 대학에 가나 동일한 학과 동일한교과과정입니다. 특히 고교의 국어 과목 국정교과서가 하나 뿐이니 대학이하나인들 무슨 문제가 있고 사고방식이 하나인들 무슨 문제가 생기겠느냐고반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삶은 그러한 '하나'를 용납하지않습니다. 그러므로 대학들은 지금부터라도 차별적 특성화를 이룩하여 나가야 하되 그 목표를 다양한 미래에다 설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대학의 본질 자체가 과거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변화와 혁신에 대한 확고한 미래 의지와 그러한 의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구상적 정신력에 있다면 대학의 특성화가 대학의 질적 다양성을 낳을 것이고, 그러한 다양성에 따라 지역의 인재들이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계명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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