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엄마일기-등교소동

입력 1995-04-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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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딸애가 국민학교에 입학했다.입학통지서를 받은 그날부터 딸애는 달력의 3월3일에 빨간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얼마나 그려댔던지 달력이 생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첫아이가 어느새학교에 간다고 생각하니 나역시 마음이 설렌다. 친척들도 예쁜 가방이랑 학용품에다 입학식날 입으라며 깜찍한 옷까지 선물로 사주었다.또래들보다 작은 키에 큼직한 가방을 메고가는 딸애를 보면 학교생활에 잘적응하려나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입학 두달째인 지금 아이는 엄마의 걱정이 무색할만큼 학교생활을 재미있어한다. 준비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미리미리 잘 챙기는 모습을보면 기특하고 이쁘기만하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으니 아침마다 치르는 등교소동이다. 늦어도 7시30분까지는일어나야하는데 딸애는 늘상 꿈나라를 헤맨다. 처음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음엔 간지럼태우기를 시도하지만 별무효과. 어느새 내 목소리는소프라노로 바뀐다.

"안 일어나나. 다른 친구들 다 간다. 지각할래" 고함을 질러 억지로 깨워놓으면 딸애는 눈을 비비며 TV의 '뽀뽀뽀'에 정신을 판다. 코앞에 상을 갖다놓으면 밥알을 입에 문채 TV를 본다. 보다못해 떠먹이기 시작한다. 잔소리 잔소리하면서. 뽀뽀뽀가 끝나면 딸애는 채널을 돌려 '하나 둘 셋'을 본다. 머리빗겨 방울로 묶고 옷을 입히면서 나는 또 잔소리를 퍼붓고. TV프로는 어찌그리 잘 아는지'혼자서도 잘해요'를 다봐야만 일어난다. 거울앞에서 얼굴에로션을 꼭 챙겨 바르고는 가방메고 신발주머니 들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인사를 꾸벅한다.

그 인사 한마디에 좀전까지의 야단법석을 말짱 잊어버린 나는 노파심에 몇번씩 당부를 하곤한다. "차조심 해야한다. 길 위쪽 한번 쳐다보고 아래쪽 한번쳐다보고, 한참 차가 안보일때 건너가야한다. 누가 어디 가자고 해도 절대따라가선 안돼"

(대구시 서구 내당1동 30의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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