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인간관계

입력 1995-04-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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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ㄱ교육장은 4대가 한 집안에서 산다. 이웃에서 구경오겠다고 하면 그는 성을 낸다. 어른 모시고 아들.며느리, 손자하고 같이 살면 4대인데무엇이 구경거리가 되며 모두가 좋아서 함께 사는 것을 무슨 동물원 구경하듯 찾아오려고 하는가 하면서 아주 못마땅해 했다.대가족이든 소가족이든 인간관계가 화목과 불화를 좌우하는데 핵가족이 반드시 화목할 수 있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연구를 거듭해온 철학, 법학, 정치학이 다 인간관계를 어떻게 규정짓고 조정하고, 신장시켜 나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잘 아는사실이다.

인간관계를 가장 이상적으로 주창한 분이 단군시조이며 그때 정립한 '홍익인간'은 오늘날 우리나라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다.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것은 남을 우선하는 인간관계가 아닌가.

돈을 벌고 지위를 높이며 명성을 얻으려고 하는 것도 많은 인간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데 있다. 만약 인간관계가 없는 무인도에서 왕이 되고 재벌이 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 현대인은 자기만의 세계를 지향하여 부부중심의 생활을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냉엄한 법뿐이고결국 이 법은 인간미를 상실하게 하여 소중한 마음의 고향을 잃게 한다.직장마다 벽에는 인화(인화)라고 쓴 액자가 걸려 있고, 집집마다 가훈에는화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인화속에 존속되는 대가족 가정이 오히려 생소해져서 한낱 구경거리가 된 오늘의 세태가 우리를 얼마나 서글프게 하고있는지 모른다.

견일영〈대구동부교육청 학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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