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변화의 물결, 다시서는 상아탑(7)

입력 1995-04-13 12:07:00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학사자율화를 선언한뒤 올 3월들어 각종 후속조치들을 취했다. 그중 하나가 '취득학점중 교양교육과정의 30%선이수'의 붕괴다.교양과정의 30%선 붕괴로부터 시작될 교육과정의 변화는 대학학사자율화와학과통폐합 등의 일련의 조치들로 교육과정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고있다. 이에따라 교양교과와 전공교과간 학점증감문제와 과목의 신설, 폐지등변화가 잇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워낙 큰 변화여서 구체적으로무엇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대학의 변화는 무엇보다 그 내용에서부터의 변화여야한다. 대학이 '무엇을'교육하는지 그 '내용'을 담는 그릇이 바로 교육과정이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은 대학의 자율보다는 교육법을 비롯, 그 시행령과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결정됐었다. 교양과정 30%이상 배분이라는 교육법시행령 1백19조는 졸업학점1백40점중 교양 42학점이상을 의무적으로 편성토록 해 대학의 특성이나 학생들의 선택권, 학문주의와 대학교육의 목표설정에 문제를 안겨줬다.그런데 이제 그 틀이 부서지고 있는 것이다. 학사자율화로 대학의 수업연한,학기, 수업일수, 학점이수단위등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된 일련의 규제들이한꺼번에 풀려 대학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펼칠수 있게 된 때문이다. 한양대가 사회봉사를 학점에 반영키로 한 것을 비롯, 일부대학들이 사회적, 시대적요구를 교육과정에 반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도 이것이다.사실 이번의 조치 이전에도 대학들의 교육과정 변화움직임은 부단했었다. 비록 그 움직임이 시대를 앞에서 이끌어가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변화에 맞춰보려고 노력했었다. 그것이 90년대 들면서 더욱 확연해졌다. 그것이 △해당과목의 전공교수확보문제 △교육시설문제 △제도적 문제등으로 신속한 대응이 되지는 못했지만.4년주기로 교육과정을 대폭 개편하는 경북대는 93년 한해동안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교육과정 개편작업을 마무리지었다. 개편된뒤 94년 첫실시된 교양교과과정의 경우 종전의 인문 사회 자연계의 3개계열 56과목에서인문 사회 자연 예체능 4개계열을 7개영역 96개강좌로 대폭 늘어났다.경북대의 개편된 계열별 영역과 교양교과목은 인문계열이 한국어와 문학영역(4과목), 외국어영역(13과목), 역사및 철학영역(6과목)에서 23과목이며 사회계열이 사회와 인간영역 22과목이고 자연계열이 자연과 그 관리영역(12과목), 기초과학영역(21과목)에서 33과목이고 예·체능계열이 예술, 체육및 보건영역에서 18과목이다.

이중 사회와 인간영역에서 △학술정보조사법 △인간과 복지 △매스컴과 사회△회계와 사회생활 △북한사회의 이해 △가정과 가족관계등 과목들이 시대적요청에 따라 신설됐다. 또 자연과 그 관리영역에서 △현대물리학의 세계 △화학의 신비 △생명과 환경 △지구의 진화와 환경 △우주와 지구 △과학사의이해 △생활공학 △농업자원의 이용등 과목들이 무더기로 개설됐다.또 예술·체육등 영역에서는 △한국가곡의 이해 △디자인의 이해 △현대사회와 스포츠 △운동과 건강 △운동과 영양 △레크리에이션 △구기 △라켓경기△특수경기 △생활무용 △수영 △호신술 △보건학개론 △현대인의 식생활등실용적이고 실질적인 생활관련 학과들을 개설해 대학의 교육이 학점과 곧바로 연결되게 했다.

그리고 교양과목 이수에도 동일명칭 과목의 중복이수가 인정되지 않는것은물론, 특정계열이나 영역에 치우침으로써 일부영역을 기피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양필수의 필수적 이수와 함께 7개영역중 6개영역 이상에서1과목 이상씩 이수하되 4개계열에서도 1과목이상을 반드시 이수토록 했다.경북대의 교과과정 개편은 교육과정위원회(위원장 교무처장)와 산하 교양,전공과목등 연구소위원회의 십여차례에 걸친 회의및 학과 교수들의 의견수렴은 물론 학생들의 의견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 상당부분 반영됐다. 이에대해 임종국 경북대교무처장은 "수요자인 학생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이 시대적 요청"이라 말했다. 학생들의 요구가 결국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것이고 그것이 시대적 요청이란 설명이다. 세계화, 개방화가 외국어의 강화를요구했고 그것이 교과과정 개편에 포함되면 학생들의 선택도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는 것이다. 동구권의 몰락과 러시아의 개방에 따른 러시아어와 제3세계 관련학과 강좌들이 그러하고 한국현대사에의 관심이 그러하다. 대학측은앞으로의 교과과정 개편에는 학생들의 요구가 더욱 많이 반영될 것으로 예측했다.

영남대는 종전의 기초교양, 균형교양, 자유교양, 전공교양으로 세분되었던교양과목을 기초교양과 계열교양으로 대별, 기초필수교양을 축소하고 계열교양을 확대하여 폭넓은 교양교육을 습득토록 했다.

영남대의 계열교양은 특히 국제화에 대비, 실용영어로 토플(TOEFL)과 시사영어, 취직영어를 각각 실용영어 (1) (2) (3)으로 개설해 학점화함으로써학생들의 어학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또 성문제와 관련해서 △성과 사회△여성학의 이해등을 신설하고 농촌문제를 다루는 △한국농촌문제를 교양과목으로 개설했다. 우리문화의 재인식을 위해 △민족연회 △연극 영화의 이해△민중문화론을 과목으로 개편했고 특히 다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는 미래지향적 과목으로 △산업사회와 노동문제 △매스컴과 사회 △소비자보호론△증권투자의 이해 △보험원리와 경제생활 △물의 과학 △도시현상의 이해△환경과 공해등 과목들을 개설했다.

이같은 대학의 교과과정 개편은 교육부의 대학 학사자율화 방침과 함께 96학년도엔 또한차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마다 교과과정 운영위원회를 열고 교양과정과 전공간의 학점비중문제, 또 교양과목의 계열간 영역문제, 전공과목내에서의 영역설정문제등이 2~4학기제와 학기당 시간수, 졸업학점등의 변화와 함께 교과목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교과과정의 개편은 무엇보다 교수들의 전폭적인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대학관계자들은 말한다. 특히 학과통폐합이 몰고올 통합학과내 전공과목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학생중심, 실리중심의 교과목 조정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수간 전공과목 확보와 교수 책임시간수 확보를위한 교수상호간 알력이 자칫 학생을 볼모로 한 전공과목간 경쟁으로 비화될우려가 높다는것이다. 실제 많은부분이 교수들의 힘겨루기로 엉뚱하게 조정되기도 했다고 경북대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문가의견-이경섭(경북대교수 교육학과)**

교과과정은 상시적으로 부분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년주기인 지금까지의 교과과정 개편은 지식량의 폭발을 따를수 없고 급변하는 시대상황을 반영할수도 없다. 이제 대학으로 학사운영권이 대폭 넘겨진 만큼 대학의 형편에맞게 운영해 나가야 할것이다.

지금까지의 교과과정 개편이 교수정원과 직결돼 사회적 수요를 교과과정에신속히 반영하는데는 무리가 있었다. 90년대초 러시아와의 교류이후 대학에서 러시아어 교과목설정을 위해서는 러시아어를 강의할 수있는 교수요원이확보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대학 안팎의 사정은 그러하지 못했었다.최근 대학교육개혁과 관련, 교육과정의 개편이 교양과목의 감소와 전공의 증가쪽으로 방향이 잡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때 교양과목이 교양으로 독립돼야 교육과정 개편이 바로 될수있다. 교양이 전공의 전단계로 인식되고 또그런식의 교육과정 개편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교양과정은 전공과정과 상보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자리잡아야 한다.

특히 제2외국어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인문 사회계열의 경우 2개이상의 외국어를 필수과목화 해야하며 그래서 제2외국어를 통한 외국문화와의 교류등 세계화해야 한다.

또 학과통폐합과 관련, 무엇보다 교수의 책임시간수(현행 9시간)의 기준을없애야 한다. 통폐합으로 통합된 학과의 전공교과는 전공영역별 비율을 먼저정한뒤 과목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들어 교육학과의 경우 교육철학영역, 교육심리학영역, 교육사회학영역, 교육방법영역, 교육행정영역등 5개영역을 정하고 그 영역별 비율을 결정한 뒤 비율에 따라 영역별 과목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영역별 교수숫자가 현실로 존재하는만큼 일정부분 반영돼야 할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