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자'원년(11)-지역경제

입력 1995-04-12 00:00:00

지방화를 앞둔 지역경제계는 지금 '혼돈의 시대'를 겪고있다.지방화의 핵심인 '지역특성'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경제는 섬유가 압도했다. 그러나 90년대들어 지역섬유는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밀려났고 자연 '사양산업'으로 퇴색하기 시작했다.직물위주의 단순생산구조가 서서히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그래서 이제는 지역경제가 '섬유'와 운명을 같이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아무도 없다. 불행히도 지난 50년간 지역경제의 뿌리였던 섬유가 차츰 왜소해지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그자리를 채울 마땅한 대안을 선뜻 마련하지 못하고있다.지난달 21일 대구상의주최 심포지엄에서 '지역산업의 경쟁력우위분석'에 나선 정희수씨(대우경제 연구소 연구위원)는 "대구지역에는 섬유,광학기기등특화된 산업은 많지만 경쟁력이 타지역에 비해 우위에 있는 산업은 하나도없다"고 발표,지역경제계를 놀라게했다. 즉 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업종이 모두 노동생산성이나 부가가치가 낮다는 것이다.

이는 타지역에 비해 '돈을 어렵게 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경제의 고질적인 '저급 생산구조'는 다른 지표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92년말 현재 대구지역의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는 4백18만원으로 전국15개시도중 최하위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대도시로서 마땅히 갖추어야할 행정,금융,무역,통신등 중추관리기능은 심히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방재정자립도는 대구시가 90.5%(95년)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경북은 30.6%에 머물고있다. 그렇다면 비경제적인 요인들인 삶의 질은 어떠한가. 전국74개도시중 대구는 45위로 나타났다.

경북대 최용호교수(경제학과)는 "대구는 옛부터 섬유도시로 알려져있지만 외국바이어들이 직접 대구에 오는일은 없고 대구직물이 서울의 도매상을 경유,전국으로 팔려나가고있는 실정"이라며 지역경제의 '허구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선택한것이 자동차산업이다.

삼성상용차공장이 성서공단에 들어서면서 자동차산업유치 필요성은 크게 강조됐다.특히 쌍용자동차 공장이 들어설 달성군 구지공단이 대구광역시에 편입되자 자동차산업은 마치 지역의 '차세대 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자동차산업은 섬유보다는 훨씬 고부가업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지역은 입지적인 조건등으로 볼때 자동차산업을 '특화'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이미 삼성도 상용차보다 5배이상 높은 파급효과를가진 승용차공장은 대구를 비껴 부산지역으로 결정해버렸고 지역에는 그저'체면치레'에 불과한 수준의 시설투자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면 지역의 장래를 책임질 대표적인 주종산업은 무엇인가. 어느 업종도선두주자로 내세우지 못하고있다. 그래서 대구시도 지역경제의 앞날을 '어정쩡하게' 섬유와 자동차산업이라는 두개의 수레바퀴에 얹어놓고있는 실정이다.

지역 직물업계가 푸대접을 받는것은 그동안 너무 안이하게 물량위주의 생산에 치중하는 바람에 구조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고속직기를 마구 들여와기계적인 생산에만 열중,기술개발

과 투자는 외면한 결과다.

그래서 '세계 제1의 직물도시'라는 허울좋은 명예만 갖고있다. 특히 폴리에스터 직물은 물량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90년대들어 세계직물시장은 바뀌었다.

중국을 비롯 인도네시아,대만,태국등 후발경쟁국들이 직물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98년 한국과 같은수준의 고속직기를 갖추게된다. 그래서벌써부터 대구직물은 해외시장에서 푸대접을 받고있다. 지역의 주종산업으로내세우기에는 너무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이다.

그러나 섬유업계는 '사양산업' 이라는 이미지를 벗기위해 섬유기술개발센터,염색기술연구소,섬유대학설립등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있다. 한편 비섬유업계에는 섬유일변도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한다며 첨단산업에 투자할것을 강조하고있다. 여기에다 인프라 산업을 구축하기위한 종합유통단지,무역센터설립,종합금융도시로 육성하기위한 투자도 병행하고있다.

이렇게 지방화 원년부터 지역경제계는 방향을 찾지못하고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제인들은 불안해한다. 한업종에 전념하지 못하고 틈만나면 '업종다각화'를 서둘러 산업구조를 더욱 취약하게한다.

지역경제계가 가장 우려하고있는 것은 바로 지역경제의 '특성 실종'이다.〈윤주태기자〉

**전문가의견**

지방자치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치단체의 재정능력이다. 자치제도가 아무리 완벽하다해도 재정자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치단체의 독립성은 보장될수없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자립의 원천은 무엇인가. 두말할것도 없이 지역경제의 활성화이다.그동안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개발계획이 중앙정부에 의해 통제, 입안됐기 때문에 지역특성이 다소 무시돼왔었다. 따라서 정부는 자방자치시대를 맞아 상공행정의 대폭적인 지방이양으로 지역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개발계획이 추진할수있도록 해야한다.

지방정부는 사회간접자본투자나 지역개발사업시 중앙의존적 자금지원 형태에서 탈피해야한다. 또 지역특화산업의 생산기반을 다져 산업구조의 고도화와함께 지역경제의 '비전'을 제시해야할것이다.

지방화시대에는 업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먼저 경영합리화를 통한 원가절감노력으로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는 전략이 수립돼야한다. 국내외의 다양한 정보수집및 분석능력도 키워야할것이다.

여기에다 지역민들의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렇게 지역경제의 '홀로서기'는 지역민들의 총체적인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질수있다.

채문식〈대구상공회의소 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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