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3호기 원자로, 우리 실정에 맞춘 '한국형'

입력 1995-04-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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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간 경수로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표준형경수로의 참조발전소인 울진3호기 원자로가 8일 설치케 됨에 따라 '한국형경수로'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한국형 경수로'라는 용어는 전체 원자력 발전소중 원자로 부분만 뜻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한국표준형 경수로발전소'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북한이 '실체없는 유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국형경수로는 미국의 ABB-CE사가 개발해서 한국에 수출한 시스템 80을 토대로 우리나라가 우리실정에 맞도록 개량한 1백만 ㎾급을 지칭한다.

쉽게 말해 서양인의 체형에 맞도록 설계된 원자로를 우리의 체형에 맞도록조정하고 원래의 안전성 요건보다 더욱 강화된 안전성 시험을 거쳐 국내산업기술능력을 조화시킨 발전소인 셈이다.

때문에 한국형경수로는 점차 강화추세를 보이고 있는 안전규제요건을 충족시키면서 한편으로는 기기, 계통이 복잡해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지난 92년5월 착공된 울진3호기는 한국형경수로 협상이 타결되면 북한에 제공될 동일 모델이다. 현재 주요구조물인 원자로건물, 터빈건물, 보조건물등의 공사가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의 핵심설비인 원자로가 이번에 설치케 된 것이다.

원자로라는 주요설비가 설치케 됨에 따라 울진3호기는 올해말 전원가압, 97년상온수압시험, 97년 11월 연료장전등의 공정단계를 남겨두고 있으며 98년6월에는 본격적으로 상업운전에 들어가게 된다.

최신 설계기법이 도입된 울진3호기와 99년에 준공될 울진4호기는 한국중공업,원자력연구소, 한국전력기술등이 각각 원자로.터빈설비공급, 원자로계통설계및 종합설계부문의 주계약자이다.

반면 미국의 CE사, GE사와 S&L사는 하도급업체로만 참여할 뿐이어서 원전건설사상 처음으로 성능보증 책임까지 국내업체들이 지고 있다.북한에 제공되는 경수로가 한국표준형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우리측의 논거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점 때문이라는게 관계전문가들의 설명이다.다시말해 한국형을 북한에 지원할 경우 기술제공국가의 공급기관이 따로 승인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설계 제작및 시공의 모든 과정을 우리나라의 기관이나 기업이 주관하고 또한 성능보증도 우리측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남북관계의 발전, 즉 에너지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최상의선택인데다 4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지원을 우리나라외에는 할 수 없고 부품및 장비 조달에도 어려움이 없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울진3,4호기의 주계약자가 국내업체들이고 계약상 보증책임을 지면서실질적 주도권을 행사할 뿐 아니라 공사비가운데 내자분도 83%에 달하는 만큼 '기술자립이 허구'라는 북한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들이다.한국형이란 마치 국내 자동차회사가 미국유수의 자동차회사와 기술제휴로 2천㏄급 자동차 설계를 도입, 안전도를 높이고 한국의 교통상황을 감안해 1천8백㏄급 자체모델을 개발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원자력기술처 관계자의 얘기이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자체 성능검증과 주행시험을 마친 상태에서 출하단계에와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형을 제공받을 경우 북한측은 우리측 설계자료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건설비 절감과 건설기간 단축의 효과도 있고 전문기술진 왕래과정에서 의사소통에 애로를 겪을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또한 한글로 된 절차문서를 활용할 수 있어 운전원등 관련기술자 교육이 편리하며 지리적인 근접성으로 인해 적기 기자재조달은 물론 남북간 동일원전채택으로 예비부품이나 특수장비도 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김경웅통일원 대변인은 한국형 경수로 수용을 극력 거부하는 북한측 태도를겨냥 "북한은 민족의 미덕으로 이어져 온 환난상휼이라는 선물을 포장도 뜯지 않고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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