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변화의 물결 다시서는 상아탑(6)-대학평가인정제

입력 1995-04-06 12:05:00

대학도 시험을 본다. 대학이 더이상 상아탑으로 안주할 수만은 없게만든 개방화, 세계화가 우리의 대학들도 시험이라는 검증과정을 거쳐 '강한 자만이살아남는'적자생존의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대학평가인정제는 '대학의 질적수준을 체계적으로 평가하여 그 결과를 사회에 공표함으로써 그에관한 사회적 인정을 얻게 하는 제도'이다.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선진국의 20분의 1에도 못미치고 세계평균에도 2분의1이 못되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의 전반적 수준을 국제수준으로 상향시키기위한 물리적 방안의 하나라고 볼수도 있다.

이번학기만 하더라도 경북대가 25명, 영남대 24명 계명대 42명, 대구대 31명등 지역대학들의 교수초빙숫자가 예년과 다르게 크게 늘어났고 대학마다 홍보실을 신설 또는 기능을 강화하는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것도 모두 대학평가인정제의 시행덕이다. 1차로 2000년까지 모든 대학이 받게되는 7년주기의평가인정제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3류로 '공개'되고 그것은 경쟁시대에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위기감이 대학마다 절박하게 나타나고있는 것이다.

지난 3월중순 연세대가 '로 스쿨'제의 도입과 본고사폐지등을 담은 학사제도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불붙기 시작한 대학간 '개혁안'공방전은 로스쿨제도,본고사폐지, 학사제도 개혁안, 농어촌자녀 특례입학, 무시험전형, 조기강의제, 5년제공학원, 4학기제도입, 학점당 등록금차별화등 한꺼번에 쏟아져나왔다. 결국 사범대학 학부폐지안을 내부조율없이 서둘러 발표했던 모대학은 총장이 진화에 나섰고 보직교수들이 교체되는등 '평가인정제를 의식한 홍보 경쟁'의 여파가 밖으로까지 불거지고있다.

87년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교육개혁심의회가 정부에 대학평가인정제의 도입을 건의한 이후 대학교육협의회가 주체가 돼 연구와 조사, 공청회등을 거친뒤 91년 10월 교육부가 확정한것이 이 제도다. 82년 대학교육협의회가 발족하면서 시행해오던 대학평가를 더욱강화해 평가인정제로 전환한 것이다.이에따라 교육부는 우선 학과평가를 92년부터 실시하고 대학종합평가인정제는 96년 이후 도입키로 했었다. 대학평가인정위원회(대학교육협의회산하기구)가 대상학과를 선정하고 대교협이 평가기준을 개발, 개별대학의 자체평가와 학과평가위원회의 서면평가및 현지방문평가를 거쳐 평가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있다.

92년 물리학과와 전자공학과, 93년 화학과와 기계공학과, 94년 생물학계열학과(생물학과, 미생물학과, 분자생물학과)와 화학공학 계열학과(화학공학과,공업화학과)를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며 올해는 경영(경영학과, 관광경영학과,경영정보학과, 호텔경영학과등), 무역, 회계관련학과를 대상으로 계열별 평가를 실시하고있다.

이와함께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개혁분위기가 대학에도 확산되면서 종합평가인정제의 도입시기를 93년 설치된 대학평가인정위원회에 맡겼고 여기서 94년부터 앞당겨 7년주기로 평가인정제 실시를 결정한다. 이에따라 94년 경북대를 비롯, 부산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 충남대등 6개국립대와 포항공대등 7개대학에 대한 종합평가가 처음 실시됐고 올해엔 영남대등 전국 19개대학이 종합평가를 받는다.

대학종합평가인정제는 대학을 학부와 대학원으로 나누어 학부는 △교육 △연구 △사회봉사 △교수 △시설 설비△재정 경영의 6개 대영역에 대해 평가한다. 6개영역은 다시 교육의 경우 △교육목적 △교육과정, △수업 △학생등 4개 평가부문으로 나누고 다시 22개 평가항목을 두어 총 1백20점 만점으로 했다. 이런식으로 교수영역의 경우 △교수구성 △수업부담및 복지 △인사 △개발등 4개평가부문에 15개 항목을 두고 점수는 80점을 책정했다. 이렇게 해서연구 12개 항목에 70점, 시설 설비 21개 항목에 1백점, 재정 경영 22개항목에 1백점등 총 5백점 만점으로 점수화했다.

94년 실시된 7개대학의 평가결과 모두 종합평가 인정기준을 넘어섰다. 평가인정위원회는 이들 7개대학의 평가점수가 학부의 경우 5백점 만점에 최고 4백74.25점에서 최저 3백99.11점으로 인정점수 3백28.3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또 대학원은 1백점만점에 최저가 84.4점으로 인정점수 66.5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대학의 질적 수준을 체계적으로 평가하여 그 결과를 사회에 공표함으로써 그에 관한 사회적 인정을 얻게하는 대학평가인정제는 대학사회에 하나의 신선한 바람이상의 충격이었다. 학자들중에는 "국제적으로 대학생 인구수와 대학입시 욕구밖에 비교우위에 놓여있는것이 없는 우리 대학에 시설과 연구환경의 개선을 포함한 경영혁신을 가져올수있는 전기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우리 대학이 교육부문 시장개방에 대비하고 대학입학자원의 감소와 대학정책 자율화시대를 능동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학평가인정제의 운영을 통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평가인정제를 받아들이는 대학들의 분위기이다. 실제 대학평가인정제는 비록 그것이 완전무결한 순기능만이 아닌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있긴 하지만 대학교육의 관리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것이다. 대학들이 평가인정제를 계기로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것은 개방화, 세계화시대를 맞은 교육계로서는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했듯 대학평가인정제가 전혀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다.상위권 대학들은 비교적 여유있게 대처하고 있지만 재정이 취약한 사립대와규모가 작은 대학들은 실시방법에서부터 평가기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했다. 실제 92년도부터 학과평가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많은 대학들이평가의 연기를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고지원을 많이 받는 국립대및 특수대학과 사립대학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모순을 수용할 수 없다는 반발이었다. 일부 대학의 경우 무더기로 실험실습기자재를 확보하는가하면 대학내에서 특정학과에만 응급처방식의 예산배정이 대학내에서의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

특히 국내대학간의 비교 평가를 통한 평가인정제는 일부 상위권대학에는 전혀 자극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또 이것이 대학간 경쟁을 부추키는선을 넘어서 대학의 서열화를 노골화하거나 평가인정제의 결과에 따른 지원이 하위권대학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대학의 빈익빈현상을 가속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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