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5-04-06 08:00:00

▲흔히 '죽음은 만인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진시황 이전부터 인간들이 꿈꿔왔을 불사약이 아직껏 나오지 않은점에서 보면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지만 돈만 있으면 남의 장기를 떼어다 달고죽음을 연장할 수 있다. ▲사후세계는 또 어떤가. 도심을 벗어나 조금만 양지바른 곳이다 싶어 눈을 돌리면 어김없이 자리잡은 무덤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어지간한 무덤앞엔 으레 망주와 상석이 있다. 더 욕심을 부리면 술통을 얹는 준석에 장명등, 비석에 산신제를 지내는 상석까지 갖춘 것도 있다.문무인석에 양호석등을 갖춘것은 호화분묘로 치더라도. ▲대도시가 주변 야산의 무덤으로 포위되어가고 있는 현상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원묘지신설을 제한한 탓도 있으나 명당이라면 값을 따지지 않고 구입해 묘소로 쓰기 때문이다. 하기야 당대발복한다는데 누가 가족이기주의로 매도만 하겠는가. ▲파리 페라르셰즈 공동묘지는 늘 꽃다발을 든 참배객으로 붐빈다. 작가오스카 와일드, 발자크가 묻혀있고 음악가 쇼팽, 상송가수 애디뜨 피아프등의 무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같으면 고래등같은 봉분에 화려한 석물로 치장했을 위인들이 겸손한 자세로 잠자고 있는 것이다. ▲전국토의 1%가 묘지이며 매년 여의도 크기가 계속 잠식되고 있다고 한다. 그중 36%는 잡초만 무성한 '무연고'라고 하니 '못난 후손'때문에 죽어서도 욕을 보는 셈이다. 공수래공수거를 되뇌지 않더라도 한줌의 재로 자연에 돌아가는 방법이 훨씬 덜욕될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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