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시간은 두 방향으로 흐른다. 우리가 땀흘려 일할 때 시간은 앞으로흐른다.그러나 휴식을 취하며 지난온 날들을 추스를 때, 시간은 뒤로 흐른다. 앞으로 가는 시간이든 뒤로 가는 시간이든, 우리가 사용하는 인생의 시간은 언제나 양면적이다. 어느 한 쪽의 풍요는 다른 한 쪽의 빈곤을 동반한다.인생의 시간이 공간화되어 나타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아마 길일 것이다.길은 곧 시간의 공간적 표상이라 할 만하다. 흔한 예로, 고속도로는 앞으로흐르는 시간의 표상이라면 문화유적을 둘러싼 한적한 들길은 뒤로 흐르는 시간의 표상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이 두 방향의 길들은 나름대로의 배분비율을 가지고 공존해 왔다. 앞으로 가는 길은 얼마나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그 효용성이 평가된다. 그러나 뒤로 가는 길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므로 시간의 지배로부터 자유스럽다. 오히려 얼마나 오래 길에 머물게 하느냐에 따라 그 길의 효용성이 평가된다.
길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의 교우관계에도 마찬가지의 방향성이 있다.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교우관계가 있고, 그 자체가 목적인 교우관계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 두 방향의 교우관계가 때로는 상충하는 경우도 많이겪게 된다. 세상이 각박해서인지, 이 두 방향성에 적절한 배분비율을 정해서실천하기가 힘들 때도 많이 있다. '오래 머물 수 있는 길'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같은 책이 유례없이 많은 독자의호응을 받고 있는 사실이 그것을 대변한다-스스로 '오래 머물 수 있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노력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무심한 것은 아닌지 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양선규씨〈소설가·대구교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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