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부산발언은 북한뿐 아니라 북한의 '벼랑끝' 외교에 흔들리는미국측에 대한 메시지의 성격도 띠고 있다고 할수있다.북한은 베를린 미-북전문가회담에서 한국형 경수로를 강력히 거부하면서, 제네바 핵협상 내용을 파기하고 5㎿급 원자로에 핵연료봉을 재장전 할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태도가 여러모로 북한에 유리한 제네바협상의 성과는 지키면서 북한정권에 부담이 될 한국형 원자로를 피하기 위한 또 하나의 '벼랑끝 전술'로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북한은 미국의 손목을 비틀면 한국으로부터도 무엇이든지 얻어낼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 김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북한에 대한 김대통령의 메시지는 '한국형 경수로를 지원하고,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는 점과 '되지않을 일을 위해 제네바협상을 파기하는등 불필요한 모험을 하지말라'는 최후통첩이라고 할수있다.
김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 전문가회담에서 한국형 경수로 채택문제로협상을 벌이는 동안에도 3군사관학교 졸업식 치사등을 통해 잇달아 대북경고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날 경고는 그 내용, 용어의 선택등에서 어느때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있었다.
'한국형 경수로'와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에는 "경수로지원사업도 무산되고 미북합의 전부가 깨질 것"이라고까지 했다.'한국형 경수로'와 '한국의 중심적 역할'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념은 확고한것 같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의 말처럼 "경수로 지원에 관한한 우리가 대주주이며, 중요결정은 우리가 하는 것"이라는 것이 김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는 "사실 경수로 합의까지는 미국이 주도해 왔으나, 경수로를 '어떤 조건으로 제공할 것인가와 한국이 주공급자가 된다'는 데는 이미 3국이 합의를 한 상태이며, 한-미-일간에 여러차례 입장 조율이 있었으므로 쉽게 바뀔 수 있는 일이아니다"고 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제네바 북핵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돼온 데 대한 국내여론의 비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더이상 남의 행사에 소요경비만 떠안는 결과를 국민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있다.
한-미-일 3국은 내주에 베를린에서 열릴 대사급 회담을 선두로 베를린 전문가회담 결과를 논의하고 대북 경수로 지원의 공조체제를 다지기 위한 고위급회담을 잇따라 가질 예정이다.
김대통령은 이에앞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미리 밝혀둘 필요가 있다는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을 향한 김대통령의 메시지는 "한국형 경수로 제공과 한국의 중심적 역할은 한-미-일의 합의사항인 만큼 미국과 일본은 '합의된 원칙'을 지켜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파국이 올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김대통령은 "우리 정부 입장이 강경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강경하다기보다는 원칙에 입각한 것일뿐이며, 우리는 절대 원칙대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칠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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