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자'원년(8)----대구시 재정

입력 1995-03-31 12:14:00

지난 2월27일. 재정적자로 파산위기에 몰린 미국 워싱턴시는 이날 하루를무급 임시휴일로 지정하고 3만2천여명의 직원가운데 경찰등 필수요원 9천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을 출근시키지 않았다.매리언 배리시장의 임시휴일 정책은 하루 계산으로 3백만달러의 비용절감효과를 얻었다. 비록 고육지책이었지만 그는 연중 10일정도를 임시공휴일로지정하고 직원들의 임금을 억제하는 방법을 동원해 앞으로 연간 7천만달러가량의 예산을 절약키로 발표했던 것이다.

7억2천2백만달러의 예산적자로 시재정이 파산위기에 직면한 워싱턴시의 이같은 재정 타개책은 우리의 처지에선 그리 익숙지 않다.

그러나 민선단체장 시대를 눈앞에 둔 우리도 이젠 워싱턴시와 같은 재정위기를 언제 맞게 될는지 알수없다.

'지방자치 시대'를 '지방경영 시대'로 표현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나오고있다.

이른바 기업에만 적용되던 적자생존의 경제논리가 지방정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시대를 맞게되는 것이다.

경쟁시대를 눈앞에 둔 대구시의 재정은 이런 측면에서 우려되는 바가 매우크다.

94년말 현재 대구시의 재정규모는 2조2천억원으로 서울 부산에 이어 전국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의 재정규모 증가율은 인천 대전등후발 광역시보다 뒤떨어져 조만간 3위 자리조차 내놓아야 할 위기에 몰려있다.

게다가 91년 착공한 지하철 공사로 대구시의 재정부채는 94년말 현재 8천7백억원에 달해 전국 5대 광역시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2020년까지 총 5조4천5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대구시의 지하철 건설 사업은 홀로서야할 자치시대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당장 지하철 공채 상환이 시작되는 내년만해도 5백16억원의 부채를 갚아야하고 97년부터는 연간 평균 2천7백89억원의 시비부담이 생겨 시재정 운용에막대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 김수열예산2계장은 "재원확충 방안없이 현재대로 지하철 건설 계획을 추진한다면 멀잖아 시의 재정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하고시비부담을 완화하려면 2호선의 완공시기를 연장하고 3호선부터는 민자유치등의 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올해 대구시의 재정증가 규모는 28%. 올해 투자비 52%에 비하면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자치시대를 맞아 늘어날 재정수요를 감안한다면 각종 투자사업의 위축은 불가피한 입장에 있다.

더욱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지하철 건설 사업은 대구시 재정을 극단적인위기상황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농후한 실정이다.

결국 국세일부의 지방세 전환등 국가적 차원의 재원대책없이는 대구시 살림살이는 갈수록 쪼들릴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 상태로라면 현재 대구시가 구청에 지원하는 시비보조금도 줄여야 한다.구청 예산의 60%를 차지하는 시비지원의 감소는 구청의 살림살이도 덩달아어렵게 만들수 밖에 없어 자치시대를 코앞에 둔 대구시의 재정은 한마디로암울한 상태다.

재정경제원 윤영대제2예산심의관은 "지방화 시대를 맞아 지방에 대한 재정지원금 규모가 차츰 늘어 나가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자체의 효율적 예산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앞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등 자구노력을 벌이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교부세 지원규모를 증액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지자체 스스로가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뾰족한 재정확충방안이 없는 대구시도 이런점에서 예산의 효율적 운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도시개발공사나 시설관리공단,의료원,상하수도, 지하철등에 대한 민간자본 참여 방안이나 민간위탁 경영등이 그방법이 될수 있다.

특히 생산원가에 못미치는 사용료를 받고 있는 상수도와 하수도 사업은 민영화 사업의 제1 과제라 할수 있는것이다.

지역발전연구센터 박노보연구위원은 "지방재정 자립도를 높이려면 지방세와세외수입을 높여야 하나 이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제3섹터 방식의 민간자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기업과 자치단체의 독주를 막기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형 제3섹터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우정구기자〉

**전문가 의견**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방재정의 규모는 행정서비스의 수요증가와 함께 계속해서 팽창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행정수요를 충분히 소화시킬 만큼의여력이 없어 지방재정의 탄력적 운용은 어려울 것 같다.

근년의 대구시재정 현황을 보면, 1인당 총생산액은 약 4백20만원(1992년도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낮은데, 1인당 예산은 약 96만원(1994년도)으로 서울특별시를 포함한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다. 그래서 1인당 지방채의 부담은 약11만5천원(93·12·31 현재)으로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다.이러한 상태가 앞으로 계속되었을 때, 대구시는 행정서비스의 무책임과 무절제한 시민의 '응석적'행정수요와 맞물려 재정파탄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없지 않다.

통상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 중앙·지방세원의 재배분, 지방정부의 과세자주권 보장, 중앙·지방 기능재배분에 따른 재정부담의 경감 등이 문제의해결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해결방안은 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앙정부의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최근 일각에서는 지방정부의 합리적인 행재정운영을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도바람직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방정부 스스로 시장경제원리를 원용해야 한다는 소위 '지방경영' 대망론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행정서비스 중에는 시장메카니즘이 작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적부문으로 분담시키게 되면, 그것은 자치행정의사경제화에 의한 행정의 책임포기와 약자사절로 사회적 불공평을 초래하며결국 지방자치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문제점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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