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현실과 법의 장벽

입력 1995-03-25 08:00:00

22일 밤11시로 철거가 끝난 중구 동인1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현장은 부서져 내린 가옥들로 폐허가 됐다.돌과오물,연탄재가 난비하는이틀동안의 공방끝에 이창희(33),하남숙씨(37)등 주민 2명을 포함모두 4명이 24일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경찰에 구속됐고 강제집행에 나선 중구청 직원, 경찰도 보이지않는 골깊은 상처를 입었다. 악몽의 이틀이었다.

멀잖아 15층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2천여평의 동인1지구에는 지금 쌓여있는잔해를 무심히 걷어내는 포클레인 소리만 요란하다.

대구시에 보상가 현실화와 이주대책마련을 요구하며 몸부림쳤던 34세대 주민 90여명은 보금자리를 뒤로 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일찌감치 새 거처를 얻은 주민가운데 세입자들은 3백30여만원의 이주보상비나 속칭 딱지로 불리는 입주권을 받아쥐고 23일부터 이삿짐을 꾸렸고 나머지오갈데 없는 15세대의 주민들은 중구청의 주선으로 인근 양동장여관과 중구보건소,구 남산2동사무소에 가재도구를 옮기는등 임시거처를 마련했다.분산 수용된 주민들은 "법원에 공탁된 보상가로는 전세금이나 작은 평형의아파트마련조차 어렵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호소,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무겁게 했다.

강제철거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됐던 10여명의 주민들이24일 중부경찰서를찾아와 구속된 주민과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철거는 끝났어도 상황은마무리되지 않은 것이다.

99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에 따라 동인1지구는 92년 10월 지구지정 고시된지 꼭 2년5개월만에 철거됐다. 그러나주민들은 30여년 가까이 밟아온 좁은 골목길로 두번 다시 돌아갈 수 없게됐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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