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화려한 지방시대 개막을 위해

입력 1995-03-2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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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6월에 한 분 뛸라 카는데…"라며 자못 진지한 내객이 우리 사무실에도가끔씩 나타나는걸 보면 지자체 선거가 물밑으로는 한참 진행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대구·경북권에서만도 6월의 4대 지방 선거를 겨냥, 3천여명이 나름대로 발빠른 행보를 보이며 결전 준비중이라니. 이야말로 백가쟁명(백가쟁명)에 제제다사(제제다사)인성 싶다.

**백가쟁명 제제다사**

손 쉬운 계산으로 이분들이 1인당 1억원씩만 준비해도 3천억원, 3억원이면대구·경북만도 1조원을 쉽게 넘나든다는 셈속이니 전국적으로는 그 규모가가히 얼마나 될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물론 타락 선거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쉽사리 뿌려 대지는 못하지만 출마를결심한 마당에 대부분이 지역 유지들인 이분들이 얼마간의 준비없이 언감생심 마음이나 먹었겠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풍성한 선거판을 의식, 정치광고 기획업체 또한 우후죽순 격이니 선거는 점차 판이 어우러지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광고업체의 즐거운 비명과는 달리 당사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인성 싶다.

우선 여당을 선택할지, 야당 혹은 무소속을 할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다.과거와는 달리 민자당 인기가 자꾸 의심이 가는 터수에 무턱대고 여당만 선호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야당이나 무소속을 하려니 막막하고…게다가 기본적으로 17일간의 선거기간동안 아무 경험없는 초선 출마의 처지에 이름 석자 알리는 것마저 거의 불가능할 형편이니 어쩌란 말인가.생각타 못해 더러는 정치 광고기획사를 찾아 벽보용 사진 제작에서부터 선거전략 연설문 작성, 연설 연습, 유권자방문 매너등 선거운동을 모두 망라한 '패키지'형태를 부탁해보지만 떨떠름 하기는 마찬가지인듯 하다.한정된 수의 자원 봉사자가 기본 경비만으로 뛰어야 하는 현행법대로 선거운동을 할 경우 과연 얼마만큼 운동원들이 열을 내서 뛰어줄 것인지 막상 출마결심을 하고도 아득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심정이다.

**예비주자 심정 막막**

현행의 선거법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우선 선진국의 예에서처럼 공천과정이상향식으로 바뀌어져서 지역구에서 인망을 모으는 사람이 당총재의 의사와는관계없이 공천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결과 지역구에서 인기있는정치인은 일종의 탤런트화해서 요즘 농구대회장에 자주 눈에 띄는 오빠부대같은 열렬팬들을 갖게되고 이들이 피켓들고 발 구르며 도시락 싸들고 자원봉사를 하게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이 '정치꾼'쯤으로 경원 당하는 우리 풍토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후보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깨끗한 자원봉사를 받게될 것인지 우려되는 것이다.

결국 대다수가 초심자인 이번 선거판에서 법에 따른 강력한 선거 규제는 모처럼의 지자체 선거를 급랭시켜 가장 재미없는 선거로 급전직하시킬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기권율이 높아지는등의 연유로 자연스레 기본 조직을 갖추고 있는여당 후보에게 유리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모든 선거가 여당후보가 확정될 때 비로소 표면화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당측이 5월20일께 후보 공천을 매듭짓는다는 것도 야당이나 무소속후보 입장에서는 결코 유리한 여건은 아닌듯하다.

**진지한 선거 치러야**

이래저래 야권후보들에게는 다소 불리할는지 모르지만 깨끗한 정치풍토가 정착돼야한다는 측면에서 우리 모두 이번 선거를 '진지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결과에 따르지 말고 유권자 자신의 잣대, 다시말해 △사회에 대한 봉사 경력 △전문성 △지자단체의 경영능력등을감안,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합당한 후보에게 한표를 던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번의 한표가 화려한 지방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가 될수도 있음을 모두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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