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3천억원 대 43조2천5백억원.이 수치는 지난해 감사원이 추정한 중·고등학생의 과외비와 지난해 우리나라 1년 예산이다. 서울 부산등 전국 9개도시 1백32개 학교의 1만9천4백10명을 대상으로 역추정한 이 과외비의 분포를 보면 중학생이 월평균 24만8천원,고등학생은 35만5천원이었으며 1백만원이상의 고액과외자도 6%가 넘었다. 한국가 1년 예산의 10%에 달하고 있는 돈이 지난해 과외비로 지출됐으며 교육이 가능한 2~3세부터 유치원, 국민학교 학생까지 포함하면 8조원이상이 될것으로 추정돼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을 짐작케 하고 있다. 조선왕조 5백년과 일제 강점시기를 거치면서 소위 '힘없고 돈없는 자는 당할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온 이 땅 부모들의 한이 후세교육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과외망국병' '치맛바람' '비행기 과외'라는 조어가 아무렇지도 않게들리고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허리끈을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94년 12월말 현재 유치원부터 개방대학원까지 포함한 국내의 학교수는 2만8백64개교이며 재학 학생수는 1천1백48만2천13명이다. 해방직후인 45년의 2천8백34개교의 1백36만명에 비하면 거의 10배에 이르는 양적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고학부로 일컬어지는 대학교는 45년 19개교 8천명의 재학생에서94년 3백31개교 2백8만6천9백12명으로 각각 17배, 2백60배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이는 국가의 지속적인 교육정책에 국민의 교육열이 보태진 결과였다.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은 대체로 3단계로 구분된다. '무릎교육'에서 '국민개교육'으로, 다시 교육으로 인해 각종 병폐가 문제가 되는 '교육의 사회문제화'시대로 전이돼 왔다. 해방후 우리나라의 교육은 초보의 초보라고 할 만큼가교사에 비가 오면 질퍽거리는 맨흙 교실바닥, 판자를 이어 만든 책·걸상으로 시작했고 시골마을에서는 갓이나 탕건을 쓰고 긴 수염을 가진 훈장선생님이 서당을 지키면서 한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짚신이나 다 떨어진 검정고무신을 신고, 책보를 매고 먼먼길을 걸어와 포탄으로 만든 종이 아득히 울릴때면 행여 늦을세라 종종걸음 쳤던 추억들, 즐겁지만은 않았던 이 모습은 60년대 초까지 계속됐다. 또 몽당연필을 볼펜 껍질에 끼워 쓰고 크레파스나 스케치북, 각색의 색연필, 사인펜, 볼펜을 가진 부잣집 친구를 부러워하고 집에 돌아와 떼를 쓰다가 부모님에게 혼찌검이 나곤 했던 시절도 불과 20년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는 물론, 시골에까지 VTR과 컴퓨터가 교실에 들어섰고 온·난방까지 조절되는 현대식건물에서 외제학용품 사용과 비만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시대가 됐다. 교육환경개선을 주창하는 '질높은 교육'이 교육목표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5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교육은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49년12월 31일 교육법이 개정공포됐고, 50년 6월 1일 만6세부터 12세에 이르는아동들에게 국민학교 교과과정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하는 '의무교육제도'실시, 전쟁중이던 51년 3월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골격이 되고있는 6-3-3-4의 학제가 확립됐다. 54년 의무교육완성 6개년 계획이 마련됐고이와함께 문맹퇴치, 국민계몽운동이 전개되면서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이전국민적인 공감대로 이어졌다.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교육의 확산은 3공화국때 이뤄졌다. '의무교육 1차 5개년계획'(62~66년), '의무교육 2차 5개년계획'(67~71년)이 추진되고 69년 중학교 무시험제도를 실시해 70년에는 국교 1백% 완전취학이 실현됐고 71년 국졸학생의 70%가 중학교에 진학했다. 유신이후 73년에는 부분적인 고교평준화정책이 시행돼 중졸학생의 고교진학률은 75%에 이르렀고 80년대에는 중학교 취학률이 거의 1백%에 달할 정도로 초·중등교육 완전 취학단계로 발전해 본격적인 '국민개교육'시대가 됐다.불과 40년동안 엄청난 성과를 이뤄낸 교육은 역작용도 빚었다. 마치 고등교육이 출세와 부, 명예를 보장해주는 것처럼 잘못 인식됐고, 못배운 부모들의보상심리와 입시위주의 교육현실까지 어우러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과잉교육열은 위험수준에 이르러 80년 '교육정상화및 과열 과외 해소방안'이마련되고 81년에는 '대학졸업 정원제도'가 실시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못하고 사장됐다. 또 콩나물시루 교실이나 일부 2부제수업에 따른 외형적인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대학입시부정이나 입시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의잇단 자살, 강력한 단속에도 근절되지 않는 비밀과외, 해외유학생 파동등 교육으로 인한 갖가지 문제들이 곧 우리사회의 병폐점으로 등장하고 있다.87년 교육개혁 심의위원회가 2천년대를 지향한 교육개혁안에서 우리교육의실상을 지적한 인간성상실의 교육현장, 개성이 무시된 획일교육, 교원의 사기저하, 지시 일변도의 교육행정, 오도된 교육관과 교육풍토등은 아직까지개선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아 양적팽창에 따른 질적수준 향상은 크게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